ABC에서 MBC로 그리고 다시 하루 밤을 더 보내게 될 데우랄리로 돌아왔다. 고도가 많이 낮추어졌는데도 머리가 멍한 상태는 계속된다.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들고 방으로 돌아와 침낭에 들어간다.10시경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밤 12시. 가슴이 조금 답답해서 손을 왼쪽 가슴에 대어보니 심장이 쿵쿵 뛰고 있다. 가만 생각하니 어제 데우랄리에 도착했을 때부터 서서히 고소증세가 시작된 것 같다. 타이레놀을 두 알 먹고 2시까지 뒤척이다가 간신히 두 어 시간을 더 자고 5시에 일어났다. 아침에도 입맛이 없어 밥을 한 숟갈 뜨는 둥 마는 둥하고 데우랄리를 출발한다. 일행 중 한 명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어제 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며 위로를 해준다.오늘 목적지는 지누단다. 해발고도 3,140미터인 데우랄리를 떠나 고도 2,190미터인 지누단다까지 이동하게 되니 고도가 960미터나 낮아지게 된다. 이동거리도 올라갈 때보다 훨씬 길다. 데우랄리 롯지를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세파트 크기만한 검은 히말라야 개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나를앞장서서 걸어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같은 길을 가는 줄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 개는 내가 쉴 때 따라 쉬고 다시 일어나 이동하면 또 다시 앞장서서 길을 가는 것이었다. 신기한 개도 다 있다는 생각에 두 번째 쉴 때에는 먹을 것을 조금 나누어주었는데 이 개는 말없이 간식을 받아먹고는 또 앞장서서 걸어갔다. 일행들은 참 신기하다면서 그 개를 신통해 했다. 결국 히말라야 개는 데우랄리 조금 지난 곳에서부터 시누와까지 약 2 - 3시간을 따라왔다. 항상 앞장서서 걸으며 길을 안내한 그 개는 일행의 찬사를 들었지만 결국 “식사시간에 털을 날린다”는 이유로 시누와 롯지에서 주인에 의해서 쫓겨났다.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할만한 이 놀라운 개처럼 히말라야 개가 트레커들의 앞장을 서서 길을 안내(?)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 것은 아니라고 한다.히말라야 개는 경험(?)으로 외국인 트레커들을 안내하면 그 대가로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히말라야 개가 영리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멍청하거나 게으른개라면 결코 그런 이치를 터득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모든 히말라야 개가 트레커들을 안내하는 것은 아니다. 네팔사람들은 히말라야 개가 길을 안내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행운의 징조로 받아들인다. 히말라야 개 덕분이었을까? 물론 고도가 낮아진 이유였겠지만 시누와에 이르기 훨씬 전부터 나는 예전의 컨디션을 100%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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