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훙하이의 도발에 흔들릴까…그들의 노림수는

입력 2016-12-18 06:25
삼성 TV 물량 중 샤프 비중 5% 안팎…공급선 끊더라도 자체 조달 가능할수도"트럼프의 아이폰 공장 귀환 압박받는 궈타이밍에겐 승부수 요구되는 상황"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Foxconn)의 모기업인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이 최근 삼성전자[005930]에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국내외 IT전자업계의 관심이 온통 '삼성-훙하이 기(氣)싸움'에 쏠리고 있다.



18일 IT전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틈날 때마다 '삼성 타도'를 부르짖어온 대표적 혐한(嫌韓) CEO(최고경영자)인 훙하이그룹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의 노림수가 과연 무엇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훙하이그룹이 TV용 LCD를 넘어 미래 먹을거리인 중소형 아몰레드(AMOLED) 시장선점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훙하이 측의 이번 '도발'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를 양분해온 삼성·LG[003550]와 중국·대만 업체 간 점유율전쟁에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삼성이 크게 흔들리진 않을 듯…'결국 네고(nego)용 전략 아니냐' 훙하이그룹은 지난 4월 일본 LCD 패널 업계의 원조격 회사인 샤프(SHARP)를 인수하기로 함으로써 일거에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미 이노룩스(Innolux·대만)라는 세계 3위 패널업체의 대주주인 훙하이는 샤프를 손아귀에 넣음으로써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두를 수성해온 한국의 두 업체(삼성, LG)를 가시권에서 직접 겨냥할 수 있는 '진지'를 구축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LG가 대형 LCD 시장에서 공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고,삼성은 중소형 아몰레드(능동형 올레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훙하이가 샤프를 가져감으로써 삼성과 샤프의 '밀월 관계'도 여지없이 깨졌다.



삼성은 샤프 지분 2.1%를 보유한 상태에서 40인치 이상 중대형 패널에서는 세트(완제품)-패널(부품) 업체 간 협업 관계를 공고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샤프 지분도 매각해 버렸고 안정적인 공급 라인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훙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것이 그동안 유지되던 삼성-샤프 연대를 무너뜨렸고 샤프는 이미 삼성의 영향권에서 멀리 벗어났다"고 말했다.



훙하이에 넘어간 샤프는 급기야 삼성의 약한 고리로 여겨진 TV용 중대형 패널공급을 '지렛대'로 삼아 모종의 협상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샤프에서 받아온 TV용 패널(약 400만~500만대 추정)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TV 생산에 일정 부분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5천만대 안팎의 TV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삼성전자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서는 굳이 샤프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또는 제3의업체에서 충분히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LG디스플레이와도 일정 수준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20% 수준까지 샤프 물량에 의존하던 것이삼성의 TV 공급 공정이었지만, 현재는 샤프 의존도가 5%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훙하이-샤프가 물량을 단번에 끊는다 하더라도 삼성에 직접적 타격을 주기는 어려울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은 비상수단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물량을 추가로받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훙하이-샤프 측이 일본 합작법인인 사카이(堺) 디스플레이 프로젝트(SDP)의 가메야마(龜山) 공장에서 생산하는 패널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한 일종의 가격협상(네고)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훙하이와 샤프는 중국에도 8조원 이상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을짓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사양품목'으로 치부되는 LCD 쪽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훙하이-샤프의 전략에 다소간 의구심도 갖고 있다.



◇ 복잡한 훙하이의 계산법…아몰레드 시장과 트럼프의 요구 글로벌 시장에서 훙하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는 훙하이가 LCD뿐만 아니라 과연 아몰레드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인지이다.



샤프는 이미 알려진 대로 아이폰 액정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납품해온 업체 중하나다.



LCD 산업에서 샤프와 이노룩스 등 훙하이 진영은 이미 20%에 가까운 점유율도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훙하이가 삼성을 자극하는 건 결국 아몰레드 시장을 넘보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7인치 이하 소형 아몰레드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가 독보적이다.



게다가 애플이 LCD 기반인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아몰레드로 갈아타기로 한 이상 향후 스마트폰 패널의 '대세'는 점점 아몰레드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Huawei), 오포(OPPO)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아몰레드패널을 채용하고 있다. 아몰레드는 플렉서블(flexible), 폴더블(foldable)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한 LCD보다 훨씬 유리하다.



훙하이가 삼성의 LCD 공급선에 차질을 주면서 최근 본격화한 삼성의 아몰레드디스플레이 투자에 제동을 걸고, 그 빈틈을 이용해 글로벌 아몰레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셈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로 훙하이는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아이폰 생산기지의 미국 이전이라는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궈타이밍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편지를 보내 아이폰 공장의 미국 본토 이전이 불가능한 이유를 강력히 역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훙하이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미국 기업의 본토 귀환) 정책이 부담스러울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훙하이가 삼성을 상대로 도발을 감행했고 그로 인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향후 복잡한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훙하이 궈타이밍 회장에게 승부수가 요구되는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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