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네이버 대표, 후임에 바통 넘기며 '아름다운 퇴장'현명관 마사회장, 최순실 연루 의혹 속 '씁쓸한 퇴임'
한국 사회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의 삭풍이재계에도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다.
삼성·SK·롯데 등 주요 기업의 사령탑이 거푸 압수수색을 당하고 주요 경영진들은 잇따라 검찰에 불려들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주 재계에서는 두 명의 CEO(최고경영자)가 나란히 자리에서물러났다. 그러나 퇴임하는 두 CEO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극과 극이라 할 만큼판이하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는 네이버의 첫 여성 CEO인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에게 자리를 넘기며 '명장'이란 평가 속에 뒷자리로 물러나게 됐다.
반면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그딸 정유라(20)씨를 지원했다는 의혹 속에 퇴진하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태풍이 잦아들기는커녕 갈수록 세를 넓히면서 연말 한파 속 재계의 풍경은 당분간 계속 을씨년스럽고 어수선할 전망이다.
다음 달 6일 이재용·정몽구·최태원·구본무·신동빈·김승연·조양호·손경식등 주요 재벌 총수들이 무더기로 국회 증언대에 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아름다운 퇴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는 22일 내년도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네이버 커넥트 2017'에서 웃음 가득한 얼굴로 '업무의 마지막'을 선언하며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공식적인 임기 만료는 내년 3월이지만 사실상 CEO 자리를 후임자에게 넘긴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김 대표는 2009년 대표로 취임해 8년간 인터넷의 무게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격변기에 발 빠른 대응으로 네이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그의 퇴장은 여느 대기업 CEO처럼 무슨 과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새로운 도약과 변신을 위한 일선 후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김상헌 대표의 퇴장과 동시에 물러난다. 이 의장은 네이버를 위해 고생한 김 대표가 외롭지 않게 동반 퇴장을 선택함으로써 사나이로서 우정과 의리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헌 대표는 일본의 자회사 라인을 뉴욕·도쿄 증시에 상장시키는 등 네이버를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판사와 LG그룹 법무 담당 임원이라는 경력 탓에 처음에는 개발자 중심의 네이버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전체 IT 업계에서 손꼽히는 '명장'의 칭호를 달고 퇴임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 대표는 내년 3월 이후 네이버 고문으로 물러나며 경영 현안에서 손을 떼고이해진 의장과 함께 후임자의 성공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역할을 '나무가 성장하게 돕는 지주목'에 비유하면서 "취임때 동아리 분위기도 있던 네이버에 의사결정의 틀을 세우고 한국 최고의 인재가 모여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키웠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 현명관 마사회장, 최순실 사태로 씁쓸한 퇴장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특혜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현명관(75) 한국마사회장이 내달 4일 퇴임한다.
3년의 임기는 다 채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임이 확실시됐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낙마'나 다름없다게 업계의 평가다.
청와대는 최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현 회장에 대한 '연임 불가'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시절 비서실장과 삼성물산[028260]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동안 2인자로 군림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3년 마사회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임기 내내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임기 막판에 최순실 씨와 삼성을 잇는 핵심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끝내 퇴진을 하게 된 셈이다.
마사회는 승마협회와 함께 정 씨를 지원하기 위해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이 계획에 삼성이 186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이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을 하는 데에도 현 회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현 회장은 모든 의혹을 강력히 부인해왔다. "최씨와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22일 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로드맵 작성 경위와 절차, 이면에 삼성 및 최씨 측과 모종의 협의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