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착착'…이재용의 삼성, 어떻게 바뀌어 가나

입력 2016-09-12 20:40
이건희 회장 와병 중 비주력부문 매각…실리콘밸리 기업은 인수삼성전자[005930] 등 체질혁신 본격화…곳곳에 실용주의 심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삼성은 12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계획을 발표하면서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마침내 경영승계가 공식화하는 수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등기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 계획 발표 직후 "이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회장직 승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재계 안팎에서는 이르면 연내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이회장이 부재한 지난 2년4개월 간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을 비교적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 특유의 실용주의 노선이 조직 안팎에 스며들면서 엘리트주의적이고 관료적인 색채가 강했던 삼성의 색깔이 일정부분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큰 틀에서 이 부회장의 미래성장 방향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삼성 내에서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지적받았던 방위산업·석유화학 부문을 두차례에 걸친 빅딜을 통해 한화[000880]와 롯데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은 방산·유화부문을 분리함으로써 덩치를 가볍게 한 대신 바이오와 자동차전장사업 등 신 영역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했고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의 부품사업부문인 마그네티 마렐리의 인수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프린팅 사업부를 미국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하기로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미국의 럭셔리 빌트인 가전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했다.



B2B(기업간 거래)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은 루프페이(전자결제), 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 등 기술이 특화한 실리콘밸리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혁신 DNA를 이식함과 동시에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인수를 '이재용식 M&A(인수합병)의 전형'으로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경쟁력이 강한 전통 영역에서는 과감한 투자도 가리지 않는다.



경기도 평택에는 단일 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15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 강점을 지닌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사내이사직을 맡아 경영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글로벌 IT기업 CEO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외연을 넓혀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과는 꾸준한 교류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했고,팀 쿡 애플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의 접촉을 통해서는 삼성과 상대 기업간에 오래도록 이어져온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협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또 삼성의 체질혁신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스타트업 컬처혁신을 통해 조직 내부에 실용주의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