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들어간 조선업계…'빅3→빅2' 재편 가능성 여전

입력 2016-06-14 17:33
삼성중-대우조선 합병설 끊이지 않아…협회 주관 컨설팅 결과가 관건금융당국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업계 일각선 "정부 밑그림 있을 것"



조선업계 대형 3사가 각자도생 방식의 구조조정에 착수한 가운데, 업계를 중심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빅2' 체제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조선 3사의 재무구조 개선 등 정상화가 급선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3사간 빅딜 등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시행 중인 조선업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올해 하반기부터 3사간 인수합병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등 주채권은행들은 이달 초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제출받은 총 10조3천여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잠정 승인해 주는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당초 업계의 예상과 달리 이들 '빅3' 간 인수합병(M&A) 등 빅딜은없었다. 대신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은 업체별로 설비와 인력을 현 수준의 20∼30%씩줄여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우선 개별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등 정상화가 당면한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은 채권단이 이미 4조원대의 신규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릴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한 상태이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는않지만 '수주절벽'이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정상적인 재무구조를 보장할 수 없다는이유에서다.



이들 '빅3'의 생존이 당면 문제인 상황에서 합병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수주가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주력 선종이 서로 겹치는 조선 3사를 그대로 유지하기보다는 '빅2'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현대중공업을 존치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을 합치는 것이다.



조선업계에서 40년 가까이 종사한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중 드릴십 건조 기술이 뛰어나고 대우조선의 LNG선 건조 기술은 최고 수준"이라며 "게다가 두 업체 모두 조선소를 거제에 두고 있다. 합병이 이뤄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두 회사를 합치느냐인데, 이에 대한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낸 터라 현재로써는 상대 업체를 인수할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일단 각자 자구계획에 따라 설비와 인력을 감축하는 1단계 과정을 거친 뒤 2단계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한데 묶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구체적인 통합 방식은 2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나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나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한꺼번에 제3의 기업에 넘기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삼성중공업의 대주주인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은 '클린 대우조선' 상태라면 몰라도 현 상태로서는 인수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전해졌다. 이런 입장은 삼성전자[005930] 주주들의 반발 등도 고려해 나온 것으로알려졌다.



삼성그룹이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삼성중공업을 정리할 계획이 있다면 두 번째시나리오의 실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포함된 조선업 구조조정 2라운드 논의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주관으로 시행하는 합동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조선업계의 글로벌 수급전망과 적정한 공급 규모,국내 조선업계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컨설팅을 외국계 회사에 의뢰했다. 그 결과는오는 8월께 나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조선업 구조조정이 바람직하지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가 자율 컨설팅 결과에 따라 스스로 사업재편과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선 3사의 재편은 8월 중순 업계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석 결과에 따라 업계가 자율적으로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정부는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조선 3사의 재편 작업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가 산업재편을 주도하는 것으로 비치면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3∼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 분야 회의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지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충분히 설명해 추가 질의는 없었지만, 정부 주도의산업재편은 통상마찰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컨설팅 보고서는 중장기 업황전망을 토대로 국내 조선산업의 적정 공급능력을추산하고 이에 걸맞은 생산규모 감축을 권고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부적으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업구조 재편의 밑그림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부 회의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등 두 그룹으로 조선업을 재편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발언한 내용이 적힌의사록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금융위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보도에서 제시된 문건은 금융위가 작성한 적이없으며, 출처도 불분명한 문건"이라며 "금융위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 등의 사안을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금융위가 실제로 조선업 재편 방안을 검토했는지와 관계없이 업계에서는 여전히양사의 합병 가능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사 체제는 독점이 되기 때문에 안된다. 현재의 3사 체제유지로는 공급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며 "빅2 체제로 가는 게 가장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그 규모가 현대중공업과 엇비슷해질 것"이라며 "그랬을 때 '빅2'간 경쟁을 통한 국내 조선업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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