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BPO 분할 외엔 구체화 안돼…소액주주 반대 움직임 변수매각·통합 시나리오 끊임없이 제기…중간금융지주사도 거론
삼성SDS가 8일 이사회를 열어 물류사업 분할계획을 공론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지 관심을 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일단 글로벌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의 분할계획만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분할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공론화' 수준의 발표가 될여지도 있어 보인다.
삼성SDS는 지난 3일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사업부문별 회사분할을 고려하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해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 통합 삼성물산[028260] 시너지 기대 = 재계에서는 삼성이 삼성SDS에서 물류사업을 떼어내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합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러나 "삼성SDS 물류부문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삼성SDS 물류부문의 합병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지난해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를 뚫고 제일모직과의합병에 성공했음에도 최근 주가 흐름과 실적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서 뚜렷한 미래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IT솔루션을 접목한 글로벌 물류사업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SDS 물류부문을 합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그러나 합병 계획을 짜더라도 실제 합병이 성사되기까지 적잖은 난관에 부닥칠가능성도 있다.
삼성SDS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의 물류사업 분할 방안에 집단 반발하면서 소송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점은 당장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중에는 삼성SDS의 물류부문 분할과 함께 IT솔루션 서비스 사업부문을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았다.
아울러 우면동 R&D캠퍼스에 입주한 삼성SDS의 연구개발 인력을 삼성전자[005930]로 합치고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인력을 자회사로 분리 독립한다는 설이 제기되기도했다.
그러나 물류부문 분할계획 외에는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20%,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이 각각 3.90%의 지분을 보유해 오너가 삼남매 지분율합계가 17.0%에 달하는 계열사다.
◇ 향후 사업재편 뭐가 더 나올까 =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간 사업재편에 착수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가 시발점이 됐고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에스원[012750]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사업 분리 등이 이어졌다.
2014년에는 삼성SDI[006400]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의 합병,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에 이어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증시 상장 발표가 있었다.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합병 추진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어 그해 11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한화[000880]에 넘기는 Ƈ차 빅딜'이 성사됐다.
2015년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됐고 남은 석유화학 부문을 롯데에 넘기는 ƈ차 빅딜'이 진행됐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 끊임없이 불거지는 사업재편 시나리오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우선 삼성의 현안 중 하나가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030000] 매각 추진 건이다.
삼성은 제일기획을 매각하기 위해 올초부터 프랑스 광고커뮤니케이션 회사 퍼블리시스(Publicis)와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과 광고물량 승계 등 세부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최근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이다.
삼성이 퍼블리시스와의 협상을 접었으나 다른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들을 상대로매각을 재추진할 여지는 남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중 주택사업부문의 매각도 지속해서 제기되는 이슈다.
한때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토목, 플랜트, 주택 사업부문을 각각 분리해 매각하기로 했으며 매수자도 정해졌다는 설이 사내외에 퍼지기도 했으나 실제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해외가 아닌 국내 시장에서 여러 플레이어(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사업에서는 차츰 손을 떼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관측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도 계속 언급되는 메뉴다.
삼성이 2013년 이후 벌여온 사업재편 작업 중 유일하게 제동이 걸린 것이 양사의 합병 추진이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유상증자 추진 방안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올 초에는 일부 금융 계열사 매각설도 제기됐다.
삼성카드[029780] 원기찬 사장은 지난 1월 사내 특별방송을 통해 매각설에 대해사실무근이라고 거듭 부인하기도 했다.
◇ 큰 그림은 전자·금융 양대축 재편과 비주력 매각 =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대전제는 삼성그룹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획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이 그리는 사업재편의 큰 그림은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 계열사와 삼성생명[032830] 중심의 금융 계열사를 양대 축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 일치한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도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으로 인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도 밀접하게 연관지을 수있는 사안이다.
삼성전자를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시나리오는 지주사 전환을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삼성은 그러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점 등을 들어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삼성전자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등에 비춰보면 지주사 전환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통상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분할과정에서투자회사에 귀속시키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른바 '지주사의 마법'으로 불리는 과정이다.
아울러 삼성의 향후 사업재편은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 등과도 유기적으로 맞물려 진행될 전망이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