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현대중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없앤다

입력 2016-05-25 06:13
삼성중공업은 조항 없어…조선 '빅3' 고용 세습 사라질 듯



최악의 경영난에 처한 대우조선해양[042660]과현대중공업[009540]이 현대판 음서 제도로 불리는 고용 세습을 없애기로 했다.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은 그동안 불합리하다는 외부 비판에도 대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터라 이들 조선업체의 행보가 향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사측은 최근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에서 종업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대우조선은 채권단에서 4조여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지난해 자구안을 제출했으며, 최근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추가 자구안까지 낸 상황이라 이 조항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로선 인원 감축 최소화 등 다른 지켜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대우조선 사측은 이번 단체교섭에서 노조에 경영 정상화까지 휴일 중복수당 한시적 중단, 하기 집중휴가제 폐지, 회갑 등 경조사 휴가 삭제, 통상 임금 범위는 법원의 최종 판결 결과 적용 등을 받아들이라고 요청했다.



초긴축 경영에 돌입한 현대중공업도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에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과 해외 연수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최근 경영 위기와 관련해 "일감이 줄어든 만큼 호황기에 만든 지나친 제도와 단협을 현실에 맞게 고쳐 나가겠다"며 "이제 노조도 회사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최근 1천여명의 사무직을 희망 퇴직시킨 데 이어 생산직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 자녀 우선 채용 조항도 없어질 것으로보인다.



삼성중공업[010140]의 경우 이들 업체와 달리 노조가 활성화돼있지 않아 직원자녀 특별 채용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조선 빅3에서 고용 세습은 조만간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업체에 고용 세습 제도가 이어져 온 것은 과거 조선 호황 때문이다. 일거리는 넘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채용의 대가로 자녀까지 나중에 뽑아주겠다고 업체마다 약속하면서 불합리한 단협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가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2천76곳을 조사했더니 전체단체협약 중 25.1%가 조합원 가족을 특별·우선 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나타나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005380]의 단협에도 업무상 사망한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동차, 화학, 정유, 조선, 은행 등 주요 대기업 10곳의 단체협약을 분석해보니 9개사가 직원 채용 시 노조 조합원 가족을 우대한다는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은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외부에서도철밥통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다"면서 "조선업체들이 자구안을 내면서채권단의 요구로 대부분 이 조항을 빼기로 해서 올해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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