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가치 산정 기준 없어…정부 "감정평가로 건축주 자율 결정 가능"국토연구원 과거 보고서, 서울 용적률 1% 평균 4천415원 추산거래된 용적률은 30년 뒤 환원…블록간 대지는 20m 이상 도로 끼어야
건축물의 '용적률 1%'를 사는 가격은 얼마일까.
정부가 인접 대지간에 용적률 거래를 허용하는 결합건축을 처음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 제도의 활성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올해 4분기(10∼12월) 건축법을 개정해 인접한 건축물을 동시에 재건축할 경우 건축주끼리 자율 협의로 용적률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결합건축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결합건축이 성공할 경우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의 재건축이 촉진되고지역 상권도 한층 활성화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결합건축의 대상을 인접 대지로만 한정한데다 용적률 교환가치에대한 가격 산정이나 배분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토지주간의 이해 조율이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사고 판 용적률 최소 30년 유지해야…30년 뒤엔 환원 정부가 추진하는 결합건축은 중심업무지구나 역세권 등에 거리가 100m 안쪽인여러 대지를 하나의 대지로 간주해 용적률 결합을 허용하는 것이다. 대로변의 대지에 용적률을 몰아줌에 따라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에컨대 법정 용적률이 400%로 동일한 준주거지역에서 이면도로변의 A필지의 용적률 가운데 200%를 전면 대로변에 붙은 B필지에 팔아 B필지는 최대 600%(400%+200%)의 용적률로 건물을 지어 개발 효율을 높이고 A필지는 판매한 용적률만큼 돈으로돌려받는 것이다.
국토부는 도시 과밀 방지를 위해 결합건축의 허용 범위를 동일 블록내 대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지로 제한할 방침이다.
이 때 대지 사이의 도로는 폭이 최소 20m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고 이 경우 대각선의 거리를 100m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용적률이 법이 정한 기준에서 20% 넘게 조정되면 건축·도시심의위원회의 공동심의를 받아야 한다.
결합건축을 통한 용적률 변화는 최소 30년간 유지된다. 결합건축을 위해서는 건축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건축협정 기간이 30년이기 때문이다.
만약 결합건축후 건축주가 바뀌는 경우에도 용적률 조정 내용은 그대로 승계된다. 다만 30년이 지나 건축주가 기존 협정을 파기하고 재건축에 나선다면 법에 정해진 원래 용적률로 환원된다.
◇ 용적률 교환가치 합의 여부가 관건…가이드라인 필요 지적도 용적률 거래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제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면 북측지역과 이태원로 부근 역세권 남측지역을 '한강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묶어 전쟁기념관 쪽은 공원으로 조성하고역세권 쪽은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을 시도했다.
서울시도 같은 해 성북2구역과 신월곡1구역을 결합개발하려 했다. 구릉지로 법정 용적률을 전부 적용하기 어려운 성북2구역의 용적률을 인접한 신월곡1구역으로옮겨 적용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두 구역의 주민들이 용적률 거래에 따른 보상 규모에 합의하지 못하면서이 계획도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거래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용적률에 대한 적정한 가격 기준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비싸게 팔고 싸게 사고 싶은 마음'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결합건축제는 인접한 대지에 건물을 가진 사람끼리자율적으로 건축협정을 맺어 용적률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얽히는 구역단위의 용적률 주고받기와는 다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물의 감정평가액과 실거래가가 공개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건축주가 (용적률 가치를) 결정할 수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조합이자율적으로 조합원의 분담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결합건축의 용적률 가치도 마찬가지방법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사제도를 운영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정부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선 용적률을 사고팔아본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용적률 가치에대해 건축주간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필요한 곳에 용적률을 몰아주는 결합건축의 취지는 좋지만 서로 다른 건축주들이 용적률 교환가치에 대한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건축주들을 납득시킬만한 가치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목건축 서용식 대표도 "한쪽은 용적률이 높아지고 한쪽은 낮아지는 변화가 30년간 유지되는데 정부의 공신력있는 가이드라인도 없이 감정평가사가 매긴 용적률의가치를 건축주들끼리 수용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업자 한 명이 결합건축이 가능한 대지들을 사들여 재건축 사업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용적률 조정에 따른 '거래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2010년 '선진적 국토관리를 위한 용도지역제 개선과 손익조정제도도입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용적률의 거래 가치를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는 용적률 상승이 땅값 형성에 이바지한 비율을 바탕으로 용적률 1%의 '가격'을 도출했다. 계산은 2009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이를 보면, 서울 1㎡의 용적률 1% 가치는 평균 4천415원이었다. 서초구·강남구·중구의 1㎡에서 용적률 1%는 7천472∼8천216원으로 추산됐다.
토지이용상황에 따라서는 작은 길만 나있거나 길이 없는 맹지인 전·답·임야 1㎡의 용적률 1%는 5천422원이었다. 반면 아주 큰 길(광대로)에 접한 상업업무용지 1㎡의 용적률 1%는 3만6천354원에 달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용적률 가격은 서울시 안에서는 구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용적률 주고받기가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추산됐다"며 "현재는 공시가격도다르기 때문에 참고만 할 뿐, 이 기준을 일률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결합건축이 활성화되기 위해 지역과 지역, 도시와 농촌 등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용적률 거래는 도시의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데 같은 블록내 필지만으로 제한하면 적용 대상이 많지 않고 경제효과도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결합건축의 적용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jylee2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