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메르스 무색한 '해운대자이2차' 모델하우스

입력 2015-06-21 10:44
'로또 아파트' 소식에 사흘간 3만여명 북새통평면도 안보고 '묻지마 청약'…밖에선 "분양권 팔아라" 호객전쟁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마련된 해운대자이2차 아파트 모델하우스.



정문 계단쪽으로 관람을 마친 방문객들이 내려오자 모자를 쓰고 수첩과 명함 뭉치를 든 아주머니 10여명이 우르르 달려든다.



"고객님 당첨되시면 파실 꺼에요?" "네. 팔아야죠." "통장 몇 개나 청약하시게요?" "우리 식구꺼 다섯개요." "몇 평에 넣으실꺼에요?" "84㎡요. 근데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을까요?" "글쎄요. 한 5천만원? 7천만원은 될꺼라는 말도 있어요. 당첨되면 잘 팔아드릴께요. 성함이랑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기자가 곁에서 지켜본 방문객과 아주머니들의 대화는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직접 거주할 예정이어서 분양권을 팔 계획이 없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방문객들에게 명함 뭉치를 전달하고, 연락처를 받아가는 이들 아주머니는 전문떴다방과 현지 중개업소들이 고용한 호객꾼들이다.



GS건설[006360]이 부산시의 단속을 고려해 떴다방의 파라솔 설치를 금지하면서'아줌마 아르바이트 부대'가 열심히 분양권 전매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명함을 돌리던 한 아주머니는 "당첨자 발표가 나면 그 즉시 분양권 거래가 시작된다"며 "정식 계약 전에 이미 한 차례 분양권 전매 바람이 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날 해운대자이 2차 모델하우스에는 평일 정오 무렵의 비교적 이른 시간이지만 모델하우스 밖으로 30m짜리 대기 줄이 5겹으로 늘어섰다.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우려로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급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개관 첫 날인 이 날 오전 6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밤늦게까지 대기 줄이 이어졌다.



모델하우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 남구에서 왔다는 한 50대 초반의 부부는 "모델하우스 입장 대기 줄이 길어서 내부는 구경을 못하겠다"며 "브로슈어만 챙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부는 "집에 자녀들 명의의 청약통장까지 4개가 있어서 다 청약할 생각"이라며 "당첨만 되면 몇 천만원은 번다니까 인터넷으로 평면을 보고 경쟁률이 낮아 당첨확률이 높을 것 같은 주택형에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 대기줄을 벗어나 모델하우스 내부로 들어와도 또다시 기다림의 연속이다.



방문객들은 메르스 예방을 위해 도우미들이 나눠주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세정제를 황급히 바른 뒤 유니트를 구경하기 위해 또다시 줄을 서야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지만 마스크를 쓴 임산부와 엄마 손에 이끌려 나온아이들의 모습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유니트 구경을 마치고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또 번호표를 받고 자신의 순서를기다려야 한다.



방문객들은 청약가점제 안내부터 분양가, 분양조건, 인기 주택형 등을 주로 상담했다.



어머니, 이모와 함께 왔다는 해운대구의 김모(37)씨는 "학군이 좋고 위치도 괜찮아서 청약을 하려고 왔다"며 "특별공급은 가능성이 없고 1순위에서 꼭 당첨됐으면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동호수가 좋으면 입주 때까지 가져가고 비로열층에 당첨되면 곧바로전매할 계획"이라며 "주변에서 초기 프리미엄만 4천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연동에서 왔다는 박모(53)씨는 "앉아서 돈 벌 수 있는 재테크 기회인데 청약을 안하는 사람이 바보 아니냐"며 "메르스가 좀 걱정되긴 했지만 당첨이 되든 안되든 일단 청약할 생각이어서 모델하우스 구경을 왔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자이2차는 우동6구역 재개발 아파트로 전용 59∼84㎡ 813가구가 건설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489가구다.



분양가는 3.3㎡당 1천50만원(발코니 확장 별도)대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GS건설에 따르면 모델하우스에는 19∼20일 이틀간 2만여명이 다녀갔다. 휴일인21일까지의 방문객을 합하면 총 3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GS건설 김필문 해운대자이2차 소장은 "최근 분양시장 호조로 조합이 분양가를당초 계획보다 높였는데도 인근 해운대자이1차의 시세가 3.3㎡당 1천300만∼1천400만원에 달하다보니 곧바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셈"이라며 "이 지역에서는 해운대자이2차가 '로또 아파트'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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