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엘리엇 요구에 '정공법' 대응…기업결합 승인받아

입력 2015-06-18 20:18
주주제안에 주총 표대결로 무력화 전략 선택한 듯공정위 "기업결합 경쟁제한성에 변동 없어"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에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삼성물산은 18일 이사회를 열어 엘리엇이 주주 제안한 현물배당 등의 안건을 오는 7월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의안으로 추가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엘리엇은 회사가 이익배당의 방법으로 현물 배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해 달라는 주주 제안을 내놨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일부 위법 소지가 있지만 원활한 합병절차 진행을 위해 임시 주총에 상정키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주주의 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에 부쳐보겠다는 의미"라며 "이사회에서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초일류 기업으로서 시너지를 내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인 동시에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이날 결정은 엘리엇의 공격에 대응해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쳐 이를무력화하겠다는 정공법으로 선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결합 신고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제일모직과삼성물산의 기업결합신고에 대한 회신을 통해 "심사결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 법률 제7조(기업결합의 제한) 제1항의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초래할 경쟁제한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기 때문에 이들간 합병은 경쟁제한성에 큰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이에 따라 원칙대로 간이심사절차를 거쳐 승인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 외에 다른 요인은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27일 공정위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있다. 제일모직은 이날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기재정정 공시를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기업결합 승인을 계기로 기업의 미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이번 합병을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일반적으로의미하는 경쟁제한, 즉 독과점에 해당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제일모직의 2대 주주인 KCC는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날 기준 KCC의 제일모직에 대한 지분율은 10.19%다.



KCC가 엘리엇과 지분 경쟁 중인 삼성그룹의 공식 '흑기사'로 나선 만큼 향후 엘리엇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KCC가 삼성물산의 확실한 우군 역할을 하기 위해 주식 보유 목적을명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에 대해 제기한 가처분소송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CC는 최근 제일모직과의 합병 추진에 난항을 겪는 삼성물산과의 전략적 제휴를목적으로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5.76%)을 6천743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물산[000830] 공시에 따르면 KCC는 삼성물산 지분을 5.96% 보유 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CC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유지하면서 향후 주총이나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명 등에 나설 경우 엘리엇이 문제 삼을 수 있다는우려 때문에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주주 명부와 이사회 회의록 열람을 청구했다.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 중인 제일모직[028260]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올린 합병 보고서 수정본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6일 삼성물산에 서신을 보내 주주 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했다.



엘리엇은 또 이번 합병과 관련, 올해 1월 1일부터 합병안이 발표된 5월 26일까지 삼성물산 이사회와 위원회 등의 전체 회의록과 속기록에 대한 열람 및 등사도 요구했다.



엘리엇이 주주 명부를 요구한 것은 다음 달 1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주주들과 두루 접촉해 반대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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