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재편에 급피치를 올리던 삼성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싸움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권오준 회장의 취임 후 철강회사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방침을 세우고 강도 높은 계열사 구조조정을 추진해오다 최근 주력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때문에 내홍을 겪었다.
◇ 삼성 vs 엘리엇 '치열한 공방' =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의 공방이 점점 더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엘리엇이 지분(7.12%) 보유 공시와 함께 합병반대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양측의 대립은 시작됐다.
엘리엇이 9일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은 바로 다음날인 10일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5.76%)을 '백기사'로 등장한 KCC[002380]에 매각하면서 정면 반격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엘리엇이 11일 자사주 매각은 불법이라며 두 번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방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내달 17일 합병 주총에 앞서 양측의 지분 대결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기존 계열사·특수관계인 지분에 KCC 매입 지분을 더해 우호지분 19.95%를 확보했다.
엘리엇은 5거래일 냉각기간(쿨링오프) 규정에 따라 4일 이후에는 지분율을 늘리지 못했지만 26.85%의 외국인 기관투자자 중 상당수를 규합할 것이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합병안이 주총 표 대결로 이어지면 주주 참석률 70%를 기준으로 할 때 23%의 반대세력을 결집하면 합병이 좌초될 수 있다는 셈법도 나온다.
삼성과 재계 일부에서는 미국 탐사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의 말을 인용해 엘리엇을 '벌처펀드'로 지칭한다. 벌처(vulture)는 썩은 고기를 뜯어 먹는 대머리 독수리를 말한다. 엘리엇이 중남미 정부는 물론 아프리카 원조기금까지 노골적인 수익의 대상으로 삼아왔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의 지배구조가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노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삼성물산 주주 분포에서 국내기관의 비중이 낮아지도록 방치한 것이 결국 '자승자박' 아니겠느냐는 말도 있다.
엘리엇이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전 체제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어떻게 합병 시너지 효과를 전략적으로 먹혀들게 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 암초에 부딪친 구조조정 = 작년 3월 권오준 회장 취임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과 계열사 구조조정에 돌입한 포스코그룹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내홍으로 번지면서 권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포스코그룹은 그룹 수뇌부가 검토해온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을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을 일으킨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경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뒤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 사장은 사태 수습과 경영 정상화가 먼저고 거취 결정은 나중이라며물러서지 않다가 12일 조만간 공식적인 거취 표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포스코그룹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를 주도하다 전 사장과 갈등을 일으킨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지난 10일 보직 해임했다.
뒤이어 내부 마찰을 심각한 갈등으로 외부에 비춰지게 한 책임을 물어 홍보 담당인 한성희 PR실장(상무)도 교체했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그룹 내에 갈등이 있거나 계열사와 불협화음이 생긴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얀마 가스전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매각 검토만 했을 뿐 당장 팔 생각은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불거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2010년 포스코그룹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10년여간 공을 들인 숙원 사업이다. 더구나 현재 대우인터내셔널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연결 제무제표상 포스코 실적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은 물론 포스코그룹 내에서도 가스전 매각에 반대하는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라비핵심 분야의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계열사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해왔다.
미얀마 가스전을 둘러싼 갈등은 권 회장과 포스코 가치경영실이 주축이 된 일방적인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해석된다.
권 회장이 최측근까지 경질하며 서둘러 내부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함으로써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산업계도 '메르스 비상' = 메르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전사적인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8일 긴급경영회의에서 메르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방역 및 대응 체계를 뛰어넘는 수준의 대응 체계를 긴급 가동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윤여철 현대차[005380] 부회장과 박한우 기아차[000270] 사장을 울산공장과 화성공장 등에 급파해 대규모 사업장의 메르스 대책 현황을 점검했다.
아울러 긴급 예산을 편성해 사무실과 사업장, 서비스센터 등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체온계 등을 배치하고 열화상 카메라도 양재동 본사와 주요 사업장 등에 설치했다.
대규모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무기 연기한 삼성그룹도 각 계열사 차원의 기본 행동수칙 준수 체제를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메르스 대책으로 대규모 행사 자제, 임직원 고열 체크, 중동 출장자제 등의 기본 수칙을 지키고 있다.
◇ 현대중공업 분위기 살아나나 = 조선 업황 악화로 우울했던 세계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현대중공업[009540]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화물 적재량을 늘릴 수 있는 '움직이는 선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선급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 GL로부터 '움직이는선실'에 대한 기본승인을 획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설비는 승무원의 생활공간인 선실이 선체와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스카이벤치'라는 이름으로 특허 및 상표에 대해 등록을 마쳤다.
레일과 바퀴로 선실을 13m까지 움직이고 다리 모양의 선실 아래 공간에 컨테이너를 추가로 적재할 수 있다.
스카이벤치를 1만9천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선박에 적용하면 컨테이너 450개를 더 실을 수 있어 유럽∼아시아 노선 기준 연간 27억원의 추가 운임 수입을 거둘 수 있다고 현대중공업은 기대했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