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 관전포인트는…전자투표제 시대·경영권 향방 촉각

입력 2015-03-08 06:11
국민연금도 의결권 강화 움직임, 보수 적정성·배당 확대도 쟁점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올해는 주총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도 머리가 아파졌다.



8일 재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13일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LG화학[051910], 포스코[005490], 신세계[004170] 등 68개사가 대거 주총을 여는것을 비롯해 이달 중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된 738개사가 주총을 열 예정이다.



이미 LG유플러스[032640] 등 7개 상장사는 3일과 6일에 주총을 치렀다.



금요일에 주총일이 몰리는 슈퍼데이도 어김없이 반복된다. 특히 20일에는 SK텔레콤[017670], SK이노베이션[096770], LG[003550], 롯데쇼핑[023530], 효성[004800]등 229개사, 27일엔 엔씨소프트[036570] 등 293개사가 주총을 소집할 예정이어서 슈퍼데이로 꼽힌다.



재계는 올해 주총의 제도적 환경이 급변한데다 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키울 것을 예고하고 있고 경영권 문제가 걸려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촉각을곤두세우고 있다.



◇ 전자투표 활성화·섀도보팅 폐지…기업들 "3년후 더 걱정" 주총 시즌을 앞두고 전자투표제를 채택한 기업들이 대거 늘어났다. 2010년 도입된 전자투표제는 작년까지만 해도 79개사가 참여했을 뿐이었으나 올해는 무려 181개사가 추가돼 총 260개사로 늘어났다.



올해 신한금융지주, 광주은행[192530], 아시아나항공[020560], 현대증권[003450], SK증권[001510], 교보증권[030610] 등이 새롭게 전자투표 도입 계약을 맺었다.



전자투표제 실시로 소액주주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가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장까지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투표 도입으로 '전자 총회꾼' 등 악성주주가 등장, 주총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서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킹 등 보안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고, 참여과정 등이 복잡해 자칫 주주 참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자투표 참여기업이 늘어난 원인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올해로 폐지되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중립투표제도(섀도보팅·Shadow Voting)를 3년간 더 운영할 수 있기때문이다. 섀도보팅제란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주주들의 투표비율을 의안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로 1991년 도입됐다 올해부터폐지하기로 된 제도다.



그간 전체 상장사의 40%가 주총 때 섀도보팅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총결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 재무적 투자자 등은 주총 의결사항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데다 주주들이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어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보통결의엔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참여에 참석주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섀도보팅제 활용률이 가장 높은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정족수가충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잔여 임기의 감사·감사위원을 대거 재선임하기도 했다.



섀도보팅 제도 폐지는 신규상장 기피 등으로 상장 시장의 침체를 몰고 올 것이라는우려도 나온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의결 정족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않은 채 섀도보팅제를 폐지하는 바람에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전자투표제를도입해 3년 유예를 받은 기업도 3년 후가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주주가치 제고 vs 기업 관치경영 올해 주총시즌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도 주목할만한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투자한 기업별 의안을 분석하는 외부 자문기관을 선정하는 등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이 주요 안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0월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합병 추진도 두 회사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반대함으로써 합병이 무산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기금 적립액이 325조원으로 이중 17%인 55조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 투자액의 비중은 계속 증가해 시가총액 대비 7%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경우 경영의사결정이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기업의 관치경영이 재연될 것이라는우려도 적지 않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이 기업을 경영하게 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키우기시작할 것"이라며 "실질적 운영주체가 정부라는 점에서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경영권 분쟁·승계 기업들도 주총에 촉각 이번 주총시즌에 경영권의 향방이 걸려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당장 엔씨소프트,일동제약[000230], 한국토지신탁[034830], 신일산업[002700] 등에서 경영권 분쟁의결말이 이번 주총에서 가늠 지어질 전망이다.



특히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관심사다. 김 대표(9.9%)보다 많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한 넥슨(15%)은 지난달 지분보유 목적에서 경영 참여를 분명히 했고 이사선임 등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한 상태다.



일동제약도 2대 주주인 녹십자[006280]가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20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녹십자가 제안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건에 대한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산업은 개인투자자인 황귀남 씨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년여간 끌어온 한국토지신탁의 대주주 변경 승인 문제도 11일 주총에서 결판이 날 공산이 크다.



3월 주총에 촉각을 곤두세운 주요 기업들도 많다. 대한항공[003490] 주총에서는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불거진 이후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후계 문제가 불거졌던 롯데그룹에선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롯데케미칼[011170], 롯데하이마트[071840] 등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086280]지분 매각으로 13일 현대차 주총도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제철[004020] 등기임원 재선임,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 등의 안건이 올라 있다.



삼성전자도 13일 주총에 권오현 부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등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밖에 배당 확대 등 주주이익의 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나 개인별 이사 보수공개와 이에 따른 보수한도의 적정성을 따지는 비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주총의 쟁점으로 ▲ 오너 리스크와 무력한 이사회에 대한 책임 추궁 ▲ 배당 추이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반응 ▲ 금융회사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성과 다양성 ▲ 전자위임장 권유 및 전자투표 시행에 따른 시장 동향등을 꼽았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