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주공 등 재건축 호가 1천만원 하락, 거래 안돼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 초강세…매수·매도 '줄다리기' 이어질 듯
연초에 상승 조짐을 보이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가격이 다시 주춤해졌다.
지난해 말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3법' 통과로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회수되는 등 기대감을 보였으나 열흘이 채 못가 매수 문의가 급감하고 거래도 줄어든 것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연초 대비 호가가 1천만원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호가가 1천만∼2천만원 올라 거래가 이뤄졌으나지난주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 36㎡의 경우 이달 초 6억1천만∼6억2천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들어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현재 1천만원 떨어진 6억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42㎡는 연초 7억원까지 팔렸으나 현재 6억9천만원으로 떨어졌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렸지만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있다"며 "매수 예정자들이 관망하면서 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선 상태"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단지도 이달 초 반짝 거래가 이뤄진뒤 최근들어선 매수 문의가줄어들고 거래가 뜸하다.
둔촌 주공 1단지 82.6㎡는 이달 초 8억4천만원까지 팔렸으나 최근 거래가 뜸해지면서 호가가 8억3천만원으로 내려왔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작년 말 3법 통과후 8일까지 8개가 팔린 뒤지난 주엔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며 "호가가 오르면서 매수 예정자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재료지만 민간택지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기대 이상의 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생각보다크지 않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의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지난해 말 2천만∼3천만원가량 호가가 오른 뒤 최근들어 거래가 안되고 있다.
잠실 E공인 대표는 "3법 통과후 집주인들만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렸을 뿐 정작수요자들은 가격이 오르니 관망하고 있다"며 "이미 알려졌던 재료라 그런지 효과가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신 5차, 한양 아파트 이주가 진행되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일대도 호가는 유지되고 있지만 거래가 드물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약발'이 기대 이하인 것에 대해 최근 주가 하락 등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당장 거주 목적인 실수요보다는 여윳돈으로 구매하는 전형적인투자 상품이어서 금융시장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장래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미와도 같다.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는 "코스피 지수가 1천9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좀처럼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으니 주식투자를 겸하는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듯하다"며 "재건축 시장의 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불이 붙지 않는 것은국내외 경제상황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전세시장은 강남권 재건축 이주와 학군·신혼부부 수요 증가, 월세의 전세전환 등으로 '나홀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은 0.27%로, 2009년 9월 둘째 주(0.33%) 이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에 비해 잠잠했던 일반아파트 값도 지난주 0.04% 오르며 작년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시장에 보증부 월세가 넘치고 전세물건은 귀하다보니 세입자들 일부가 집을 구매하는 것 같다"며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으로 일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 당분간 매수-매도자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자들이 관망하고, 거래가 안돼 호가가 떨어지면 매수가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연구위원은 "향후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 손익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도 생각만큼 주택시장에 불이 붙지 않는 원인"이라며 "재건축 규제는 이미 다 풀렸고 추가로 내놓을 대책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각 재건축 단지의자체 재료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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