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관료출신 사장 부활에 힘 실리나>

입력 2015-01-11 06:05
공기업 개혁에 사정까지…내부출신 '표적사정설' 솔솔정부 산하기관 인사정책 변화 조짐…"논공행상은 필패…공공의식 중요"



공기업 사장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도마에 오르면서, 공기업 개혁과 더불어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사정 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기업의 누적된 부실을 털어내고 방만한 경영을 타파하기위한 개혁 작업에 착수했으며, 올해도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오히려 개혁 2년차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혁 작업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조직의 피로감을 높이고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실과 방만의 원인 중 하나인 부패 척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공기업 전반에 긴장을 유지하고 개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사정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관가와 업계에서는 최근 사정의 칼날이 유독 공기업의 내부 출신 경영자들에 집중된 점에 주목하며, 정부의 인사 정책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속에득세했던 공기업 내부 출신 인사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표적사정설'도 제기된다.



말단 직원에서 출발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공기업 내부 출신 인사들은, 그동안 낙하산으로 내려온 관료 출신들에 비해 정당성이나 도덕성 면에서 우위에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공기업을 비롯한 정부 산하기관 수장 자리가 퇴직 공직자들의 전유물이 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관료 출신이 유관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유착 관계를 형성하는 관피아 논란이 확산된 뒤로는 내부 출신이 공정한 공기업 인사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형성됐다.



최근 불거진 공기업 비리 사건 중 상당수는 재판 중이거나 수사 단계에 있다.



하지만 유무죄를 떠나 비난 가능성이 큰 비리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이미 도덕성에 크게 훼손돼 공기업 수장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는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석효 한국가스공사[036460]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이사회에 부결됐으나 직권으로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직자도 마찬가지지만 30년 이상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몸담은 경영자라면 구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정의 잣대를얼마나 공정하고 생산적으로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도에 따라 사정의 방향이 정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의 비리 사건들은 내부 출신 공기업 경영자들의 전반적인 입지를 약화시킬것으로 예상된다. 표적 사정의 진위를 떠나 결과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는 관피아를 근절하는 방편으로 한동안 관료 출신 대신 내부 출신을 공기업사장으로 많이 등용했던 정부의 인사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구습을 존속시키는 내부자 간 유착관계를 견제하고 감독할 수 있게 외부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부각될 수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민관유착 때문에 해운업계의 불법적인 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 발생한 안전사고로 규정하고, 사고 직후 관피아 척결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았다.



이로 인해 감독기관 공직자가 퇴직 후 산하기관 경영자나 간부로 자리를 옮기던오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공무원 인사·윤리를 전담할 인사혁신처를 신설하고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했다. 아울러 공직자 비리의 처벌 범위를 대폭강화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피아 척결을 위한 제도 보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도 인사 정책에서 좁아졌던 운신의 폭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새해 첫 공기업 인사로 코트라(KOTRA) 신임 사장에 김재홍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임명했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를 정부가 더 이상 관피아 논란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다시 전문성 있는 관료 출신 인사들을 산하기관에 배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세월호 사고 이후 위축됐던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이 앞으로 다시 활발해지고 관료 출신 공기업 사장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편, 공기업 인사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경영자가 내부 승진자냐 관료 출신이냐를 기준으로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선진국의 사례로 보면 공기업이 정상적인 경영 성과를낼 때는 현 경영자의 리더십이 강하게 작동해 내부 승진자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는반면 국민 입장에서 경영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부실 징후를 보일 때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조직의 문화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권교체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공기업 인사를 한다면어떤 사람을 갖다놔도 경영이 제대로 될리 없다"며 "정권 실세나 관료들의 국가의미래를 생각하는 공공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oonkim@yna.co.kr,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