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중국 차업체, 잇단 M&A로 현대차 맹추격

입력 2014-12-12 06:01
"마힌드라 그룹은 모든 사업부문이 독자적인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습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전기차 사업 부분 '레바'의 체탄 마이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언급한 내용이다.



그동안 푸조 모터사이클과 레바 일렉트릭, 한국의 쌍용차[003620]를 인수하며사업영역을 확대해온 마힌드라가 최근에는 스웨덴의 명차 '사브'를 인수하기로 했다.



사브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확보해 레바의 전기차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미국 등 선진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도뿐만 아니라 중국의 자동차업체들도 최근 몇 년 새 잇단 인수합병(M&A)을통해 몸집과 기술력을 키우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인도 차업체, 잇단 고급 브랜드 인수 12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마힌드라그룹은 사브(SAAB)의최대 주주인 NEVS를 인수하기로 계약했으며 내년 2월 중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세부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표권에 대해서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37년 항공기 제조업체로 출발해 1947년 자동차를 처음 선보인 사브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1년 12월 파산했다. 이후 홍콩과 일본 기업이 스웨덴에 설립한 합작기업 NEVS에 2012년 인수됐다.



사브는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한 NEVS와 전기차를 개발해 중국시장에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올해 5월 또다시 파산신청을 하는 수난을겪었다.



사브 인수에 나선 마힌드라 그룹은 올해 전기차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전기차 이투오(e2o)를 유럽을 포함한 24개국에 수출했다.



사브를 인수하면 마힌드라는 네팔과 부탄, 버뮤다, 스리랑카 등에 국한된 수출전선을 미국시장까지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가 대주주인 쌍용차도사브의 미국 내 판매 네트워크를 이용해 미국에 진출할 길도 열릴 전망이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도 2008년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고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타타의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42만1천286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판매 신기록을 달성했고, 중국에 신규 조립공장도 세웠다.



타타는 재규어 랜드로버에 지난 5년간 100억 파운드(약 17조원)를 투자한데 이어 내년 3월 말까지 추가로 35억 파운드(6조원)을 투입해 영국과 브라질 등지에도새로운 생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타타가 제품 개발의 자율권을 줄 뿐만 아니라경영에도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타타그룹은 옛 대우자동차상용차부문을 인수해 '타타대우 상용차'로 국내에서사업도 하고 있다.



◇중국업체도 M&A로 기술습득 중국업체들도 선진 자동차업체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의 '볼보'를 미국 포드사로부터 18억 달러에인수했다.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볼보는 본고장인 북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 내 판매량은 6만5천827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늘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볼보의 토머스 앤더슨 글로벌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지리자동차로부터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개발되고,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둥펑자동차는 올해 2월 프랑스 푸조ㆍ시트로엥(PSA)의 지분 14%를 사들이며 대주주가 됐고, 중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완샹그룹도 올해 2월 미국 전기차업체인 피스커를 인수하며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도와 중국업체들이 차업체 쇼핑에 나서는 것은 선진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선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문영롱 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중국과 인도업체가 선진업체를 인수하면 기술이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후발주자인 신흥시장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600만대 정도로 추산되는 고급차 시장이 이들의 주요 공략대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차 시장은 독일차의 아성이 강해 인도나 중국업체들이 고유 모델을 출시해도 브랜드 이미지상 팔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 때문에 고급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당하는' 현대·기아차, 친환경차·고부가가치차 주력 반면, 현대 ·기아차는 최근 몇년간 다른 완성차 업체와 기술 제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독자기술 확보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발업체의 잇따른 M&A에 현대·기아차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판매 5위 업체로 도약하기는 했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면에서는 경쟁업체보다 뒤처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차 시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의 6년간 세계 누적 판매량은 32만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005380]가 지난 9월 한전부지를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았을 때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고급 완성차 브랜드를 인수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을 향상시켜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공략해 온다면 현대·기아차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친환경차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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