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학업체 바스프, 혁신으로 쌓아올린 150년>

입력 2014-12-04 14:00
바스프의 본산 루트비히스하펜을 가다



독일 서남부 라인강변에 위치한 루트비히스하펜은 인구 16만여명의 작은 항구도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1865년 창립된 세계 최대의 화학업체 바스프의 본거지로 전세계 화학 산업에서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창립 150주년을 눈앞에 둔 바스프 본사의 초청을 받아 루트비히스하펜 사업장을3일(현지시간) 둘러봤다.



3만9천여명의 임직원을 품고 있는 10㎢ 규모의 광활한 사업장에 들어서자 먹구름 낀 음울한 겨울 하늘 아래 층층이 포개진 복잡한 파이프라인이 초현실적인 분위기마저 풍겼다. 이곳 120개의 생산시설을 휘감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자그마치 2천800㎞에 달한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부지런히 수송하고 있는 이 파이프라인은 생산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을 또 다른 가치 있는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바스프의 핵심 시스템 '페어분트(Verbund)' 개념을 뒷받침하는 물리적 요소로 꼽힌다. 독일어로 통합또는 연결이라는 의미를 지닌 페어분트는 모든 공장을 수송관으로 그물망처럼 연결함으로써 원자재 수송시 일어나는 낭비와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지칭한다.



바스프는 혁신적인 페어분트 시스템을 루트비히스하펜 사업장을 비롯해 벨기에안트워프, 중국 난징, 말레이시아 콴탄 등 전세계 6개 사업장에 적용, 전세계적으로연간 10억 유로의 절감 효과를 창출하며 독일 시골 마을의 작은 화학 업체에서 세계최대의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파이프라인에서 시작된 바스프의 혁신 DNA는 창립 150돌을 맞이한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드넓은 사업장에서 특히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싹트고있는 곳은 복잡한 배관들이 지나는 공장들의 거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디자인공장(Designfabrik)'.



3명의 디자이너와 2명의 색채 전문가가 포진한 디자인공장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스 마글린 팀장은 2006년 탄생한 이 공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기존과 다른방식으로 논의함으로써 고정관념화한 물질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착상이 이뤄지는곳"이라며 "이제 화학회사도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고객이원하는 바를 디자인을 통해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우레탄, 천연 섬유 질감의 널빤지와 같은 다양한 재료가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는 디자인공장의 2층 작업실에서는 기존의 틀을 깬 시도를 통해 실제로 적지 않은혁신적인 제품들이 빛을 봤다.



폴리우레탄을 적용함으로써 달릴 때 발바닥 충격을 흡수해주는 아디다스의 기능성 운동화,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차 스마트에 달린 플라스틱 휠, 나무 질감의 천연섬유로 제작한 BMW 전기차 i3의 대시보드 등이 대표적 예다.



아디다스의 기능성 운동화는 12년 동안 푸마, 아디다스 등에서 운동화 디자이너로 일하다 2년 전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스위스 출신의 수석 디자이너 알렉스 호리스버거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호리스버거는 젖소와 같은 가축의 보온을 위한 용도로 쓰이던 폴리우레탄의 충격 흡수 기능에 주목, 아디다스의 여름용 슬리퍼 플립플롭을 개발한 뒤 이를 운동화에까지 적용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과감한 발상의전환이 새로운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BMW i3에 사용된 나무 질감의 천연 섬유에 대해서도 "원래 차체 단열재로쓰이던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볼 수 없을까 궁리 끝에 의자를 만들어 작업실에 전시해놨는데, 이를 BMW 관계자들이 와서 본 뒤 영감을 얻어 i3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리스버거는 "창밖으로 파이프라인이 보이는 이 작업공간이 디자이너가 일하는장소치고 세련되지 않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하지만 창의와 혁신이 살아숨쉬는이곳을 벤츠, BMW와 같은 주요 고객들이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반드시 들려야하는곳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그의 바람대로 이곳은 이미 업계에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나 최근에는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사업부 관계자, 현대자동차[005380] 관계자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디자인공장은 최근 제작을 완료한 독특한 디자인의 전기 자전거 '콘셉트1865'도 전세계에서 방문한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바스프가 설립된 1865년 당시에 인기를 끌던 칼 폰 드라이즈의 나무 자전거를모델로 한 이 자전거는 플라스틱, 배터리 등 바스프가 생산한 24가지 첨단 소재로만든 것이다.



마글린 팀장은 "전세계 바스프 직원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자전거는 150년 전의자전거가 첨단 소재를 입으면 오늘날에도 혁신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바스프 150주년의 상징물"이라며 "이 자전거는 향후 전세계 곳곳에서 전시되며 바스프의 혁신 노력을 웅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