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1일발표되면서 재계의 연말 인사가 정점을 찍었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냉랭한 상황에서 국내 유력 기업들은 조직 재정비를통해 실적 위기를 빠르게 벗어나는 한편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주력한다는 복안을세워놓고 있다.
기업별 사정에 따라 인사폭과 방향은 달랐지만 '성과'를 앞세웠다는 점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 '변화' 보다는 '안정'에 방점 이날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재계의 '맏형' 삼성은 현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조직의 안정을 다지는데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포스트 이건희 회장' 체제를대비하는 등 큰 폭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기존 인물들이 자리를 지키는 다소 보수적인 인사가 단행됐다.
부회장 승진자는 물론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승진도 이번 인사에서는빠졌다.
올해 사장단 인사 규모(11명)는 최근 4년간(16∼18명)에 비해 소폭인 만큼 조만간 단행할 임원 인사에서도 승진을 포함한 이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LG그룹의 인사 역시 사장단 교체를 최소화한 가운데 일부검증된 인물 위주로 자리를 바꾼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췄다.
조준호 ㈜LG[003550] 사장을 LG전자[066570]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장에, 하현회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을 구본무 회장을 근접 보좌하는 ㈜LG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LG와 LG전자간의 교차 인사를 제외하면 큰 폭의 변화는 없었다.
재계 '빅2'인 현대차그룹도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사장급 인사가 연중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연말에는 임원 승진 외에는 인사요인이 상대적으로적은 편이다.
자동차 내수시장의 침체 속에 세계 시장의 회복세도 지지부진한 만큼 내실경영위주로 대외 경영변수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연말 인사 방향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박한우 기아차[000270] 재경본부장과 8월 이원희 현대차[005380] 재경본부장이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에서 보듯 환율변동와 실적관리에 대처하기 위한 재경라인의 전면 배치가 예상되고 있다.
◇ 성과중심 기조는 유지…업황부진 뚫는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하고 부진하면 책임을 묻는다'는 기업 인사의 대전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올 들어 3조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009540]은매년 12월 말에 진행하던 임원인사를 두 달 가량 앞당겨 지난 10월 실시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가운데 31%인 81명을 줄이는 '극약 처방'을 통해 그동안의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묻고 회사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삼성 역시 실적악화 기조를 반영해 지난해 8명이었던 사장 승진자를 올해 3명으로 줄였다.
다만 김현석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전영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이윤태 삼승디스플레이 부사장 등 실적이 뒷받침된 경영자에게는 '사장 승진'이라는보상을 적용했다.
3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추락한 삼성전자[005930] IM부문 무선사업부는 사장이 '무더기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려운 실적 속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검증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발탁하는 재계의 인사 트렌드로 여전했다.
삼성 4개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의 미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지난달 28일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000880] L&C(현 한화첨단소재) 건재부문 매각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성과를 일궈낸 김창범 사장이 한화케이컬 대표이사에 배치됐다.
김 사장은 한화케미컬이 인수키로 한 삼성종합화학 및 삼성토탈과의 시너지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된다.
미래 신소재로 각광받는 자동차 경양화 소재인 GMT, LWRT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1위를 달성한 이선석 한화첨단소재 자동차소재사업부장(전무)도 한화첨단소재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 오너 승진 최소…여성 발탁 추세는 '계속' 전반적인 실적 부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연말 인사 때마다 관심을 모아온 오너일가의 승진 인사는 올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나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반면 LG그룹은 후계자로 알려진 구본무 LG회장의 아들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을 임원인 상무로 승진시켜 Ɗ세 경영'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재계의 화제를 모았다.
현대중공업 역시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킨데 이어 그룹 체질개선을 진두지휘할 기획실로 전진 배치했다.
오너일가 승진이 잠잠한 반면 여성 인사의 적극적인 발탁은 눈에 띄었다.
2010년부터 6년 연속 매년 1∼2명의 여성 임원을 등용하고 있는 코오롱그룹은지난달 30일 단행한 인사에서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럭키슈에뜨 브랜드매니저인 김정림 부장을 상무보로 승진, 새로운 전통을 이어갔다.
LG그룹 역시 홍상희 LG CNS E&C사업부 경영관리담당, 박애리 HS애드 광고1사업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전체 여성 임원이 14명으로 늘어났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