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내준 김준기 회장, 그룹오너 명맥은 유지>

입력 2014-10-23 14:54
예우 방안도 거론됐지만 "모든 직위서 물러나" 선언향후 오너 지위 유지는 구조조정 추이에 좌우될 듯



동부그룹 김준기(70) 회장이 23일 동부제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이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하면서 김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100대 1로차등 감자해 김 회장의 경영권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김 회장에 대해 명예회장이나 고문을 제안하는 등의 예우 방안이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김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완전히 손을 뗐다.



김 회장은 "전기로 제철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했던 회사의 꿈이 잠시 좌절됐지만끝까지 분투해달라"며 제조업 부문 주력 계열사의 경영권을 내려놓는 아쉬움을 강하게 표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1990년대 말부터 강한 애착을 갖고 키워온 시스템 반도체업체 동부하이텍도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입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또 동부특수강도 조만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질 예정이다.



김 회장이 제조업 부문에서 공들여온 계열사들은 하나 둘 손을 떠난 상태가 됐다.



김 회장은 현재의 30대 대기업 집단에서는 보기 드문 1세 경영인이다.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그는 정치에 뜻을 두지 않고 젊은 시절부터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인 1969년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업해 20대 중반의 나이에 대표이사를 맡았다.



1970년대 초반 일찌감치 중동 건설시장에 눈을 뜬 그는 미륭건설의 해외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재원을 모아 동부고속, 동부상호신용금고 등을 세우고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외형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기세를 몰아 1980년대 중반 제철업에 뛰어들었고 1997년 동부전자(동부하이텍)를 세워 반도체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은 2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15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고전을 거듭했다. 전자·철강 등 제조부문 계열사에 투자된 막대한 재원은 고스란히 자금사정 악화를 불러왔고 지난해에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동부제철 대표이사를 사퇴한 김 회장은 이제 그룹 내에서 유지하는 공식 직함은동부대우전자와 동부메탈 대표이사뿐이다.



그룹 회장은 비공식적인 직함으로 오너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여전히 제조부문 지주회사격인 동부CNI, 비제조부문 지주사인 동부화재의 대주주이지만, 보유한 지분이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맡겨져 있어 실질적으로대주주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계열사와 남은 제조부문 계열사에서는 그나마 오너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의 지분도 상당 부분 담보로 설정돼 있지만일단 지분 차제는 유지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발전당진과 동부특수강, 동부하이텍 지분 등 시장에 내놓은 매물이 순조롭게 매각돼 유동성 위기를 탈출해야 재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위기 속에 제철과 반도체 사업을 접게 된 김 회장도 향후 구조조정 추이에 따라그룹 오너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운명에 처해 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