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소리를 즐겨라" WRC 프랑스 랠리의 현장>

입력 2014-10-06 06:00
이달 4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남쪽으로 80㎞가량 떨어진 리크위르.



사방이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부웅∼'하는 자동차의엔진 굉음이 울려 퍼졌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11차 대회가 치러지는 경기 구간으로, 산 중턱에 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코스다. 유럽 각지에서 몰려온 500여 명의 관람객은 경주차가 잘 보이는 명당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9시 40분께.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ཆ구간'을 가장 먼저출발한 경주차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차가 떠난 뒤에도 가라앉지 않는 흙먼지와 엔진 잔향이 차량의 속도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현대차[005380]소속 티에리 누빌 선수가 모는 i20월드랠리카는 다섯 번째로 등장해 관객의 환호를받았다.



프랑스 르몽 지역에서 경기를 보러온 자비에르(49)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랠리를 자주 봤다"며 "(폴크스바겐의) 오지에 선수를 응원하러 왔지만, 현대차의 티에리 누빌 선수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부 관람객들은 다음 경기 구간을 보기 위해 남서쪽으로 50㎞를 차로 달려 해발 1천m가 넘는 산 정상 부근으로 이동했다. 도로포장은 비교적 잘 돼 있지만, 급커브가 많아 위험한 구간이다.



이곳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낸 경주차들은 한층 더 커진 굉음과 함께 시속 140㎞의 속도로 질주하며 급커브를 돌았다. 차체가 속도를 이기지 못해 한쪽으로 쏠릴 듯아슬아슬해 보였지만, 최대한 직선에 가깝게 코너를 회전하며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WRC는 1년간 4개 대륙에서 13차전을 열어 최종 승부를 가리는 대회다. 서킷에서펼쳐지는 F1 경주대회와 달리 일반 도로에서 열리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아스팔트와 산악길, 빙판길 등 다양한 도로를 총 1만㎞ 이상 달려야 하기 때문에 가장 험한 자동차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참가 규정도 까다롭다. 양산 차량을 바탕으로 만든 4기통 300마력 이하의 경주차만 참가할 수 있다. 올해는 현대차(i20)와 폴크스바겐(폴로R), 시트로엥(DS3), 포드(피에스타 RS) 등 4개 완성차업체가 출전했다.



각각의 경기 구간 기록을 합산해 해당 라운드의 우승자를 결정하고, 라운드별순위에 따라 점수를 매긴 뒤 13개 대회의 점수를 합산해 시즌 챔피언을 뽑는다.



폴크스바겐은 시배스천 오지에 선수를 앞세워 총 11차례 경기 중 10차례를 우승, 올해 제조사 부문 우승을 확정 지은 상태다.



WRC는 유럽 지역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독일에서 온 카린(여·20)씨는 "소리와 속도를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다"며 자동차 랠리 관람의 묘미를 설명했다.



랠리 마니아들은 멀리서 경주차량의 엔진 소리만 들어도 차량을 구분해낼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엔진 소리가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면, 시트로엥은 강한 파열음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도로 옆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 캠핑카를 끌고 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기며 바비큐 파티를 했다.



WRC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차량 정비다. 지난 3일 출전업체들의 정비시설이 모여 있는 '서비스 파크'에는 오후 9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도 돈을 내고 입장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비 역시 경주의 한 과정이다. 정해진 정비 시간을 초과하면 초과한 시간만큼을 경기 기록에 더하기 때문에 순위 경쟁에서 순식간에 밀려난다. 따라서 해당팀의 전문 인력들이 팀워크를 발휘해 무척 빠른 속도로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달 3∼5일 사흘간의 대회를 마치고 막을 내린 WRC 프랑스 랠리에서 현대차팀소속인 다니 소르도는 4위, 티에리 누빌은 8위를 각각 차지했다.



최규헌 현대모터스포츠법인장은 "올해는 완주가 목표지만, 내년에는 폴크스바겐과 거의 동등한 수준을 목표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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