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 타격…전자는 상대적으로 영향 제한적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추세가 지속돼 환율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주요 기업들도 요동치는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수출주력 업종은 환율 충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나섰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동차 등의 업종은 갑자기 빨라진 엔화가치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와 건설업계 등은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것이라 전망하면서도 환율 변동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일부 기업은 달러가 강세를 띄면 수익이 좋아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최근의강달러 흐름을 반기고 있다.
◇ 직격탄 맞은 자동차·철강 업계 최근 환율의 불안한 흐름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자동차, 철강업종이다.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큰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본 자동차업계가 엔저 효과를 판매가에 반영하며 가격공세를 강화하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일본 도요타 캠리는 사상 초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북미 시장에 쏘나타 주력 모델의 가격을 2만3천175달러로 책정했으나 최근 도요타가 캠리 주력 모델의 가격을 2만2천870달러로쏘나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출시했다.
닛산도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0엔에 육박하자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했다.
엔저 현상을 최근 강달러 기조가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국내완성차 5사의 매출이 4천200억원 감소하는 등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사업계획상의 환율을 1천50선으로, 시장보다 더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24시간 환율 변동 사항을 점검하는 한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환율 하락이 이어졌을 때에는 원가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브랜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오히려 수출단가를 높이는제값받기 전략을 펼친 바 있다.
철강업계도 환율변동에 민감하다. 원·달러 환율의 등락은 원료 구매비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경우철광석과 유연탄, 철스크랩 등 원자재 조달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포스코[005490]는 철강제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유연탄과 철광석 등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데 사용하는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 방식으로 환율 급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엔저 현상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의 입장에서는 엔저 현상으로 단기적인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어도 결국엔 원가 상승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환율 혜택이 크지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상반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익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본 항공업계는 최근들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추세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가 늘고, 항공유 등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여행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해외여행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있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동향분석팀장은 심화되는 엔저 현상에 대해 "환율 변동은 기업이 컨트롤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이기 때문에 환 위험 관리에 힘쓰고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펀더멘털(기초)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는 환율 급변동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자본재 수입을 늘려경상수지 흑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내수시장을 활성화해투자와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근의 달러 강세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커 아직 추세적인 방향성을 예단하기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 기업들, 다양한 장치로 환율 충격에 선제 대응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들도 환율 리크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 환율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환율 변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지만 단기 대응은 하지 않는 대신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걸어놨다. 세계적인 기업답게현지 결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달러, 엔화, 유로화, 루블화, 위안화, 헤알화 등 다양한 통화로 결제한다. 특정 국가의 통화 가치가 오르면, 다른 국가의 통화 가치가내려가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LG전자는 평소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균형을 유지하고, 해외 현지생산기지를구축하는 등 평소 환율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대외 변수로 인한 재무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뉴저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등 4개 해외 금융센터를 가동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석유화학 업계도 환율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환율이 10원 내려갈 때마다 연간 500억∼700억원의 환차손을 보는 LG화학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환관리목표를 정하고, 연초에 1년간발생할 수 있는 최대 환차손을 계산한 뒤 목표치를 초과하는 환리스크에 대해서는차입금과 선물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해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환헤지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000880]는 현재 그룹 전체적으로는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뤄 환율변동에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있지만 석유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환율 변동에 대한선물환 거래, 포지션 한도 설정 등으로 환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해외 공사 수주시 대금을 몇년에 걸쳐 나눠받고, 결재 통화도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으로 분산해 놓아 환율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자체적으로 충분한 환헤지를 하며 환율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엔저 현상이장기화하면 해외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경쟁자인 일본 건설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해 한국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 일부 업종은 "고맙다 달러 강세" 달러 강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도 있다.
매출의 80%가 수출에서 나오는 동부대우전자가 대표적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수출할 때 결제하는 통화로 엔화, 달러화, 유로화 등을 두고 있으나 이 가운데 달러화의 비중이 가장 높다.
효성 역시 강달러 수혜 기업이다. 효성 관계자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글로벌 제품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켜 영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성 역시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ykhyun1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