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구원투수 투톱 '노조파업' 첫 시험대>(종합)

입력 2014-09-23 09:23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예정 및 권 사장의 23일 출근길 호소문 배포 내용 추가.>>노조 파업 찬반투표 돌입…실적악화 경영진단으로 긴장 연속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009540]의 구원투수로지명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20년 만의 노조 파업이라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여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부터 26일까지 조합원 1만8천여명을 상대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연장을 결정함에 따라현대중공업 노사는 25일까지 교섭을 벌이도록 돼 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상태다.



노조가 일정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은 깨진다. 이렇게 되면 창립 이후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으로선 실적이 더욱악화할 것이 뻔하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 경기의 불황 속에서 2분기에 1조1천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들이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조선업을 위협할 만큼 커졌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도 조선소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한국 조선산업의 전체 경쟁력을 뒤흔들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재성 대표이사 회장의 사임과 함께 위기 수습의책임을 최 회장과 권 사장에 넘겼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책임경영 체제 강화의일환으로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이번에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최 회장과 권 사장 '듀오'에게는 실적개선에 앞서 첫 도전과제로 노조 파업의원만한 해결이라는 난제가 주어졌다.



특히 권 사장은 4년만에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면서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으로부터 현대중공업 위기수습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 사장은 15일 취임 첫날 곧바로 노조를 찾아가 정병모 노조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줄곧 울산 조선소에 상주하며 임단협 타결에 매달리고 있다.



권 사장은 파업 찬반투표 첫날인 23일에도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현재의 위기는회사의 잘못이고 책임"이라고 인정하며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회사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나눠줬다.



그는 앞서 16일 취임사를 통해서도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고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 초심으로 돌아가 미래를 바라보자"고 주문한 바 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다음 달 31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과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때가 이번 노사갈등을 해결해야 할 '데드라인'인 것으로 해석된다.



권 사장은 아울러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찾는 경영진단과 함께 사업 및조직개편, 인력재배치도 준비하고 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에 있던 조영철 전무, 금석호 상무, 송명준 상무 등 측근 3명으로 경영진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권 사장은 앞서 "무사안일과 상황 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영진단 TF는 현재 울산에 머물면서 수익성 악화의 최대원인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부문 대형공사의 공정지연과 비용증가, 저가수주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에만 5천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례없는 위기에 더해 노조의 파업 움직임까지 있어 상당기간 긴장과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