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4.0 시대엔 개방형 플랫폼이 승부 좌우삼성·LG[003550]와 유럽·일본·중국업체들 한판 대결
환승 공항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입국심사대 직원은 어디로 가는지 퉁명스럽게 물었다.
'베를린'이라고 답하니 이내 "IFA?"라고 반문한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베를린으로 가는 루프트한자 항공편에 삼성·LG전자[066570] 등 국내 업체 직원과 취재진이 많이 탑승한 게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투였다.
5∼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서 열리는 유럽최대 가전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4'에 참가하는 전 세계1천500여개 IT(정보기술)·전자업체 중 가장 큰 규모(8천730㎡)의 전시장을 꾸민 기업은 삼성전자다.
LG전자도 2천600㎡가 넘는 대규모 전시공간을 확보했다. 모뉴엘, 위니아만도,동양매직, 휴롬 등 국내 강소기업들도 유럽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베를린 테겔 국제공항부터 시내로 들어오는 주요 명소인 포츠담 광장 등 시내곳곳에는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업체들의 옥외광고가 설치됐다.
베를린은 '곰의 도시'로 불린다. 소개 책자에는 도시의 어원이 독일어로 곰을뜻하는 'bar'(a 위에 움라우트)에서 왔다고 돼 있다.
수많은 오페라극장과 박물관, 도서관으로 유명한 이곳에선 지금 '가전 4.0' 시대를 여는 글로벌 IT·전자업체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IFA를 주관하는 독일가전통신협회(GfU·Gesellschaft fur Unterhaltungs)의 한스 요아힘 캄프 회장은 "전통 가전을 말하는 가전 1.0에서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출현한 가전 2.0,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가전 3.0에 이어 이제 가전 4.0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가전 4.0이란 모든 가전기기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는 환경, 진정한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의 개념이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가전 자동화(홈 오토메이션)를뜻하는 '디지털 홈'이란 개념을 주창하면서 가전 4.0 시대를 예고했다.
올해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은 저마다 가전 4.0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의 위치인식 스마트홈, '작은 구글' 네스트와 손잡은 LG전자의 홈챗 업그레이드판, 독일 지멘스-보쉬가 결합한 개방형 커넥티드 홈, 독일 명품가전 밀레의스마트홈 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회사가 이긴다. 주방과 거실의 모든 가전기기를 특정한 업체 제품으로만 쓸 수는 없을 테니 이종의 제품을 어떻게 네트워킹하느냐에 승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제품 자체의 성능과 함께 어떤 혁신업체들과 협업의 틀을 만들었느냐가 가전 4.
0 시대의 진정한 승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캄프 회장은 "모든 성장은 혁신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1930년 최초의 TV 수신기가 IFA 현장에서 공개됐고 1967년에는 컬러TV, 1991년에는 MP3 플레이어가 IFA 전시장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1924년 이후 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IFA 메인 로고에는 미래의 공식 파트너라는 부제가 붙었다.
105인치 초대형 TV부터 로봇청소기까지 종합가전 풀라인업을 갖춘 삼성·LG전자직원들은 한 부문도 빼놓지 않고 현지 업계와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유럽의 터줏대감 밀레와 지멘스(이상 독일), 다이슨(영국), 일렉트로룩스(스웨덴) 등은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로 안방 시장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백색가전의 하이얼, TV의 하이센스 등 중국의 강자들은 이미 유럽 시장을 넘보고 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