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실적희비, 원유 도입선에서 갈렸다

입력 2014-08-24 06:25
도입처 다변화한 현대오일뱅크, 유일하게 '흑자'GS칼텍스·에쓰오일은 거래처 제한에 적자폭 키워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업계가 본업인 정유부문에서 거둔 실적을 점검한 결과 GS칼텍스가 가장 큰 손실을 냈고, 현대오일뱅크는 유일하게 흑자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1∼6월 정유부문에서 16조7천327억원의 매출액과 2천3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에쓰오일이 매출액 12조1천787억원, 영업손실 2천59억원으로 불명예스러운2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1위(24조9천437억원)인 SK에너지 역시 1천79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매출액 11조3천693억원에 영업이익 1천428억원을 올려 '작은 거인'의 면모를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1.3%에 불과하지만, 선두 주자들이 줄줄이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이윤을 남긴 셈이다.



이번 정유부문 승부는, 원가의 약 90%를 차지하는 원유 도입에서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유업체 셰브론이 지분 50%를 보유한 GS칼텍스는 미국법에 따라 적성국가인 이란산 원유를 도입할 수 없어 배럴당 105∼106달러인 이란 중질유 대신 배럴당가격이 2∼3달러 더 비싼 사우디 경질유에 의존하는 처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 국내 도입한 원유 총 5천757만8천 배럴 가운데 10.6%인 612만3천 배럴을 이란에서 들여왔다.



반면 사우디 원유 도입량은 1월 111만7천 배럴에서 6월 67만4천 배럴로 감축했다.



이 업체의 원유 도입량은 GS칼텍스(1억1천832만4천 배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원유 도입처는 동일하게 12개국이다. 그만큼 거래처를 다변화했다는 뜻이다.



SK에너지도 1억1천829만8천 배럴 가운데 이란산으로 1천644만 배럴(14.0%)을 수입해 이란이 쿠웨이트·사우디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공급처로 자리 잡았다.



GS칼텍스는 대신 배럴당 1.5∼2달러 저렴한 이라크 원유를 수입했지만 최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봉기해 이라크가 내전 상황으로 치닫자 사우디 비중을 확대하면서 적자폭이 더 커졌다.



이 업체의 이라크산 도입량은 3월 718만7천 배럴에서 6월 576만8천 배럴로 줄었고, 같은 기간 사우디산 도입량은 177만9천 배럴에서 239만6천 배럴로 늘었다.



GS칼텍스에 이어 2번째로 큰 손실을 낸 에쓰오일도 사우디 국영석유업체인 아람코를 대주주로 두고 있어 원유 도입이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1억1천269만 배럴 가운데 88.6%인 9천982만6천 배럴을 사우디에서 가져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트레이딩팀에서 전 세계 원유 샘플을 가져다 성분 분석을 해 우리 설비에 맞는 유종을 찾아내고, 이 중에서 1원이라도 싼 제품을 도입하는식으로 도입처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ugeni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