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서 김우중의 역할 등 내용 추가.>>대북특사로 남북정상회담 추진…김일성·김정일 20여회 면담신장섭 교수 집필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에서 주장
"경제관료들이 자금줄을 묶어놓고 대우에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만들면서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고 갔습니다."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15년 만에 처음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집필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가 경제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 오류 때문이라는 '기획 해체론'을 주장했다.
세계경영을 내걸고 벌인 지나친 확장 투자로 주력 계열사였던 대우자동차 등의부실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지면서 대우그룹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당시 경제관료들의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정부에서 갑자기 수출이 나쁜 것처럼 얘기하면서 수출금융이 막혀 벌어진 일들을 대우가 잘못한 걸로 몰아붙인 건 도대체 말이 안된다"며 "의도가있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대우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당시 정부의 진단에 대해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했다.
수출금융이 막혀서 16조원이 갑자기 필요해진 데다, 금융권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3조원의 대출을 회수해 갔다는 것이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대우의 잘잘못 여부와 관계없이 외부 여건 때문에 할 수 없이 19조원을 조달해야 했는데 이것이 왜 기업부실의 증거냐고 반문한다.
대우자동차 처리에서도 정부 정책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고 김 전 회장은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정부가 대우자동차를 잘못 처리해서 한국경제가 손해 본 금액만21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30조원)가 넘는다"며 "한국이 외환위기 때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돈 만큼이나 많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우자동차를 실패한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우 해체에 따르는 비용은 한국경제가 고스란히 부담했고 투자 성과는 제너럴모터스(GM)가 다 가져갔다"며"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고 GM의 성공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대우그룹과 삼성그룹 간의 자동차 빅딜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금융감독위원장)를 비롯한경제관료들이 빅딜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반면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한 이 전 부총리는 2012년 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대우가 해체된 것은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데다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정부가 대우그룹을 청산가치로 실사해 30조원이나 자산가치를 낮춰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경영권 박탈과 워크아웃을 합리화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대북특사로 일하면서 1991년남북기본합의서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10년가량 북한을 오가면서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 세 명만 20번 이상 만났다고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국제 여건이 그렇게 다 살아 있을 때에 내가 건의한 대로 했으면세상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한 번 (북한에) 가고, 김 주석이 (한 번남한에) 오고…. (합의서도) 유리한 조건이었고 그때가 한국에는 찬스였는데… 그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비공개 증언을 담은 대화록은 26일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은 신 교수가 4년간 서울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김 전 회장을 20여 차례만나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집필했다.
책 제목은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이 태동하던 1989년 출간돼 밀리언셀러가 된김 전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에서 따왔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오랜 기간 침묵해온 김 전 회장의 솔직한 심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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