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착시현상마저 사라질 위기…경제체질 바꿔야"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성장정체에 빠져들며 '잃어버린 17년'을 맞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빠지기를 경계하기 전에 이미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와의 치열한 경쟁속에 17년을 허송세월했다는 의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17년만에 4단계나 하락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위였다가 2008년부터 15위로 밀려나더니 6년 연속 15위에 머물러있다.
경제성장률과 경제규모를 놓고 벌이는 국가간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유사 이래최대 위기였던 1998년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경제가 브릭스(BRICs) 등 국가와의 경쟁에서 오랫동안 뒤처진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규모가 15위까지 밀린 것을 애써 외면해왔다"며"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펀더멘털이 튼튼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나 사실은 이미 경쟁에서 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심화하는 것을 우려했으나 최근 악화된 2분기 기업실적을 보면 이런 '경제 착시현상'마저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의 수에서도 한국은 17년째제자리다.
중국 기업이 5개에서 95개로 90개 늘어나고 인도 기업이 1개에서 8개, 러시아기업이 1개에서 8개로 늘어난 사이 우리나라 기업은 13개에서 17개로 4개 증가하는데 그쳤다.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를 부르짖었으나 여기에도 실제 큰 변화는 없었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 규모가 17년새 두배 정도 늘어나긴 했으나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외자유치가 큰 성과를 봤다고 하기가 힘들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997년 69억 달러에서 2013년 145억 달러로 108%상승했으나 지난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351억 달러로 1997년 61억 달러에 비해 470%나 증가했다.
눈앞에 보이는 위기는 단편적이다. 당장은 세월호 사태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에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불안정한 환율 상황, 중국 기업의 공세 등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가계부채 확대, 불황업종 기업의 자금난 등도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장의 현안들에 밀려 우리 경제가 이미 구조적인 악순환 고리에 매인채위기의 늪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의 기업실적에서 보듯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으로 가는기로에 서 있다"며 "새 경제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이때 경제체질을 바꾸는획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