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노동·규제가 갈수록 악화…장기침체 우려"
"1960∼7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을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그런데 싱가포르와 홍콩은 하늘로 올라가 진짜 용이됐고, 한국은 이무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24일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참석, 기자간담회를 갖고 20세기 중·후반 고도성장을 경험한 '아시아의 네마리 용'의현재 상황을 놓고 이런 한탄을 쏟아냈다.
권 원장은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싱가포르와 홍콩은 1인당 국민소득 3만∼5만달러를 웃돌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한국과 대만은 2만 달러대 근처에서 정체돼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자유도, 노사갈등, 정부 규제 이런 문제들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며 "최근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대로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처럼 장기침체로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네마리 용' 중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규모를 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지난 10년간 홍콩과 싱가포르의 FDI 규모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 반면 한국과 대만의 FDI 규모는 거의 변화가없다. 그 사이 연평균 FDI 증가율은 홍콩이 10.1%, 싱가포르가 8.2%인 반면 한국은3.1%, 대만은 1.2%였다.
권 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외국인들이 국내 들어오는 것도 같은 투자"라면서 "한국의 FDI 규모가 8년째 100억달러 수준에 머무는 것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경제자유도 문제도 언급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조사에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제자유지수는 몇년째 세계 1∼2위 수준을 유지하는데반해 대만은 15위권, 한국은 30위권에 불과하다.
심지어 경제자유지수 항목 가운데 한국보다 노동 자유도 측면에서 취약했던 대만이 이제는 우리를 추월하는 추세라고 권 원장은 덧붙였다.
재정경제부 요직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장관급 출신이었지만 그는 정부규제에 대해 재계의 불만도 거침없이 대변했다. 권 원장은 "친분이 있는 한 저명한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전화를 걸어왔다"며 "사내유보금 과세 규제는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이와 관련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정부 규제의 기업활동 부담국가별 순위를 공개했다. 2013년 현재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1위, 5위로 최상위권에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95위로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순위는 2007년 한때 세계 8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2008년 24위를 거쳐 2009년 98위, 2010년 108위, 2011년 117위, 2012년 114위로 급락했다.
권 원장은 "결론적으로 기업을 살려야 한다"며 "그러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노사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