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불안해 휴가 반납하거나 경영구상이 대부분직원들은 5∼16일씩 휴무…휴가비도 지원
날은 덥고, 몸은 처지고, 기력이 쭉쭉 빠져나가는 여름이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드는 ƍ말 8초'(7월 말∼8월 초)를 앞둔 직장인들은모래알처럼 팍팍한 일상에 촉촉하게 스며들 여름 휴가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그러나 정작 조직 생활의 꼭대기에 선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는 '조용한 휴가'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환율과 국제유가 등 경영 환경을 둘러싼대내외 변수가 불안정하고 각 그룹별로 현안도 산적해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올해 총수들은 아예 휴가를 가지 않거나 휴가마저 업무의 연장선상에두는 이들이 많을 전망이다.
반면 직원들은 회사별로 최장 16일의 휴가와 두둑한 보너스도 대기하고 있어,최소한 휴가만큼은 직원들이 오너보다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총수·CEO "우리에게 휴가는 사치", 쉬면서 경영구상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의 여름 성수기를 맞아 휴가철에도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년 연속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업무도 바쁘지만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그룹이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휴가기간에도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구슬땀을 흘릴 것으로 보인다.
수감된 최태원 SK 회장을 대신해 SK그룹을 이끄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SK 관계자는 "하계휴가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사치'라고 느낄만큼 바쁜 일정을소화하고 있다. 7∼8월 휴가철에도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2008년부터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고, 구자열 LS그룹회장도 2012년 11월 취임한 이후 한 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휴가와 회사 일정을 맞물리게 잡는 경영진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7월 23∼26일 강원도 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는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참석하고 나서 짧은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7월 23일부터 3박4일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되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했다가 자택에서 쉬는 것으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이재성 회장 등 현대중공업[009540] 경영진은 매년 여름 휴가철에 중동과 유럽등 해외 공사현장과 현지법인을 방문하고 있다.
올해는 아직 일정과 장소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도 해외공사 진척상황을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는 현장 경영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쉬면서 경영구상을 하는 총수들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별다른 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기간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침체가 우려되는데다가 원화 강세, 엔저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사업목표가 차질 없이진행될 수 있도록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휴가를 내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간 미국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던 김승연 한화[000880] 회장은 휴가나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서울 가회동 저택에 머물며 치료에 전념한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는 권오준 포스코[005490]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002020]회장도 국내에서 회사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휴가를 못 가는 오너들도 있다.
간암 말기로 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천억원 규모의 탈세·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고,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한 달 넘게 입원해 있는 상황이라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등 오너 일가가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직원들은 집중휴가제·휴가비 등 지원 '풍성' 이에 비해 일반 직원들은 비교적 넉넉한 휴가를 보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8월 4∼8일까지 5일간 전 사업장이 휴가에 들어간다. 사업장별로국내의 주요 해수욕장 및 캠프장에 하계휴양소를 마련해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에게 30만원의 휴가비를 주고, 대리 이하 직원에게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제공한다.
집중휴가제를 실시하는 현대중공업은 8월 4∼14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15일 광복절과 앞뒤 주말을 더하면 최장 16일을 쉬게 된다.
직원들은 휴가비로 통상임금의 50%를 받는다.
효성[004800]은 연차 제도와 별개로 여름휴가를 5일 책정해 아무때나 사용할 수있도록 했다. 9월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7∼8월에 가장 바쁜 채용담당자들은 4월이나 11∼12월에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라인을 멈추기 어려운 효성 구미공장은 여름휴가 5일을 2회에 나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도 직원들이 원할 때 자율적으로 휴가를 가도록 하는 '리프레시 휴가 제도'를 운영한다.
SK는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관광상품권 100억원어치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삼성그룹은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에 국내 여행지 추천 코너와 여행 후기 등을 올려 국내 여행을 많이 가도록 권장하고, GS그룹은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글을 올리는 등 임직원들의 국내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두산그룹과 KCC[002380]는 임직원에게 각각 50만원과 20만원의 여름 휴가비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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