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찾은 충남 아산시에 있는 현대모비스 모듈공장.
푸른색 작업복을 입는 근로자들이 운전석 모듈 생산라인에서 더위를 잊은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운전석 모듈은 자동차 운전대와 오디오, 에어백, 내비게이션 등 44개의 품목이장착된 커다란 부품 덩어리다. 운행정보 등을 알려주는 여러 장치가 포함돼 있어 사람으로 치면 '두뇌'에 해당한다.
아산공장에서는 현대자동차[005380]의 신형 LF쏘나타를 비롯해 YF쏘나타, 그랜저HG 등 차량 3종에 들어가는 운전석 모듈이 한 생산라인에서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
이영기 아산모듈공장 부장은 "한정된 공간에서 고객들이 주문한 수많은 사양을맞추기 위해 '혼류생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모듈을 생산하는 데는 통상 10∼15개 정도의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 근로자들은 머리 위에 설치된 LCD모니터에 뜬 지시표를 보고 각각의 제품사양에 해당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혼류생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쏘나타 부품을 그랜저 모듈에 넣는 것과같은 '부품 배달 사고'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부품과 모듈에는 바코드가 있어 서로 일치할 때만 오케이(OK) 사인이 떨어진다. 일치하지 않으면 '엔지(NG)' 표시가 뜨고 라인 생산은 중단된다.
근로자들 뒤편에서는 천장에 설치된 '트롤리 컨베이어'가 부지런히 부품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트롤리 컨베이어는 자재창고에서 작업 순서에 맞게 부품을 분류해 작업자에게전달하는 시스템으로, 다른 차종의 부품과 섞이는 것을 방지해준다.
현대모비스 측은 "모듈 단위별로 이중삼중의 품질검사를 하기 때문에 불량건수는 10만 대당 1∼2건 정도로, 불량률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산공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3대 핵심 모듈인 새시 모듈과 운전석 모듈, 프런트 앤드 모듈을 양산한다.
이 공장의 연간 모듈 생산능력은 30만대다. 한 시간에 66대, 54초에 한 대꼴로생산되는 셈이다.
생산된 모듈은 공장에서 12㎞ 떨어진 현대차의 아산공장으로 모두 납품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완성차가 만들어지는 순서대로, 모듈도같은 순서로 동시에 생산해 필요한 시점에 맞춰 공급한다는 점. 이른바 '직서열 생산방식(JIS·Just In Sequence)'이다.
예컨대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완성차 생산주문이 전산으로 입력되면 곧바로 모듈도 제작에 들어간다.
필요한 모듈은 전산정보가 뜨자마자 재빨리 조립한 뒤 바로 차에 실어 아산공장으로 보낸다. 운전석 모듈의 경우 조립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89분이다.
이런 방식은 3∼4시간 전에 생산계획을 부품업체와 공유하는 일본 도요타의 JIT(Just In Time) 시스템에서 착안한 것이지만, 경쟁력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설명이다.
아산모듈공장의 현장 관계자는 "완성차 생산라인의 정확한 생산 순서에 따라 모듈도 필요한 만큼 생산하니까 재고가 거의 없어 공간적 부담과 부대비용을 줄일 수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시간 납품이 가능하려면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도 철저해야 한다.
이영기 부장은 "도로가 막혀 납품차량이 가지 못할 때를 대비해 예비도로를 확보해뒀고, 단전되더라도 8초 이내 전기가 생산될 수 있도록 비상발전기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부품의 모듈화는 재고관리 비용과 생산성 측면에서 최근 각 업계가 선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작은 부품 하나만 잘못돼도 모듈 전체를 바꿔야 해 소비자들에게는비용부담이 가중되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대모비스측은 이에 대해 단품 단위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하는 등 사후관리(AS)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fusionjc@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