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소득노출 수단 확대…공평과세 실현되나>

입력 2014-02-26 10:44
월세 소득공제 혜택 확대, 준공공임대에 대폭 세제 지원확정일자 자료 국세청 제공 등으로 월세소득 세원노출 길 터사실상 '전월세 상한제·등록제' 흡수한 이중포석



국토교통부가 26일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전·월세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월세시대 대응책'의 성격에 가깝다.



저금리와 주택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전세 물량은 감소하고 월세는 증가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임대료 부담이 커진 세입자에게는 소득공제를 확대해 월세 부담을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월세 임대소득을 양성화해 적극 과세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집주인들을 종전보다 매력적인 세제혜택으로 정식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여 '공평과세',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월세 임대소득은 부동산 분야의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꼽혀왔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고액의 월세 임대소득을 챙겨도 행정력 부족 등의 문제로 '자발적 신고' 없이는 마땅히 과세할 방도가 없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 자료를 통해 임대사업자의 소득을 파악할 요량이었지만 우월적 지위에 있는 집주인의 반대로 계약건수 대비 실제 소득공제 신청 건수는 소수에 그쳤다.



세원 노출을 꺼린 임대인들이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액만큼 월세를 깎아주는 대신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소득공제 신청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다.



국토부가 이번에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세입자에게는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는 '당근'을 확대했다. 종전 월세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한 달치 월세를 깎아주는 효과를 제공한다.



한 푼이 아쉬운 세입자에게는 그럴 듯한 유혹이다.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소득공제 신청 방법도 대폭 간소화했다. 올해부터 집주인 동의 없이 월세 임대차계약서와 월세 납입 증명(계좌이체 확인서)만으로 공제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확정일자가 없어도 된다. 그동안 보증금이 없는 순수 월세와 보증금이 극히 적은 보증부 월세의 경우 보증금 떼일 걱정이 없어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는데 이런 월세까지 소득공제 신청 대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또 표준임대차계약서와 국세청 홈페이지 안내문 등을 통해 그동안 국민이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했던 '경정청구' 안내도 강화하기로 했다.



즉 당해 연말정산 때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향후 3년 이내 세무서에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적극 활용되면 임차인이 집주인의 '뒤통수'를 치는 일도 가능해진다.



집주인과 이면합의를 통해 소득공제를 포기하는 대신 월세를 덜 내고 거주했던 세입자가 1~2년의 계약기간 종료 후 이사한 뒤 뒤늦게 소득공제 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때 임대인이 월세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임대인은 소득신고누락에 따른 가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세입자가 뒤통수 칠 수 있으니 (임대인 스스로) 알아서 소득신고를하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대신 정식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임대인들에게는 재산세, 소득·법인세 감면 등세제혜택을 강화해 소득세 납부에 따른 불만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강화되는 세제혜택은 준공공임대주택으로 한정된다. 준공공임대주택은일반 매입임대사업자의 주택과 달리 임대료 상승이 연 5%로 제한되는 '반 민간, 반공공' 성격의 임대주택이다.



일반 매입임대주택의 세제혜택을 확대하지 않은 것은 임대사업을 임대료가 연 5%로 제한되는 준공공임대로 자연스레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포석이 깔려 있다.



이는 야당이 주장해온 '전월세 상한제', '임대주택 등록제'와도 궤를 같이한다.



전·월세 상한제는 연 임대료를 일정수준(연 5%)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이고, 전월세 등록제는 3주택 이상 소유자가 1주택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한제나 등록제를 법으로 강제하면 임대사업 자체를 하지 않는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준공공임대주택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은 임대사업을 하지 않던 사람에게 혜택을 줘 자발적으로 사업자로 유도하는 점이 다르다"라며 "전·월세 상한제, 임대주택 등록제와 사실상의 효과는 비슷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체감효과나 파장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국토부가 보유한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400만건을 넘겨받아 다음 달부터 조사에 착수한다.



확정일자에는 임대료와 월세, 임대기간 등의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 온 고소득 임대소득자들부터 세금추징이 가능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확정일자 자료를 국세청에 넘길 예정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과세당국이 확정일자 자료를 분석한다는 것은 월세 임대소득자들에게 탈세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와 같다"며 "설사 확정일자가 직접적인 과세자료가 되지 않더라도 주변 임대료 수준을 파악하는 자료는 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이번 정부의 선진화 방안은 음성화됐던 월세 소득을 양성화해 제대로 과세하고 월세입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그러나세 부담이 커진 임대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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