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직업병 보상 협상 1년째 제자리

입력 2014-02-25 06:03
5차례 실무접촉 뒤 첫 본협상 열렸으나 무위삼성 "위임장 받아와라" vs 반올림 "협상주체로 인정하라"



삼성전자[005930]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백혈병 피해자 보상 등 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한 지 1년이 지났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5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1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뒤다섯 차례의 실무협상을 거쳐 작년 12월 처음 본협상을 했으나, 삼성전자가 협상 주체로서 반올림의 대표성을 다시 문제 삼으면서 소득 없이 끝났다.



삼성전자는 본협상이 시작되자 안건 논의에 앞서 반올림에 보상을 원하는 모든피해자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위임장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1년 동안 진행한 실무협상 파트너를 협상 주체로 인정하지않겠다는 것은 협상 성격을 집단 협상이 아닌 피해자 개개인과의 개별 협상으로 규정지으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작년 12월 1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본협상에 반올림은 피해자 가족7명과 활동가 2명이, 삼성전자는 인사팀 4명과 법무지원팀 2명이 교섭위원으로 각각참가했다.



이로 인해 삼성 직업병 문제가 불거진 지 6년 만에 시작된 양측의 협상은 시작1년 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의 여성 노동자였던 황유미 씨가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송 등으로 지루하게 이어지던 양측의 공방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반올림이 받아들이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는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반올림을 피해자와 가족을 대변하는 정식 대화 상대로 처음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로도 양측은 1∼2개월마다 본협상의 범위와 형식을 정하기 위한 실무협상을벌였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10개월가량 시간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본협상에서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보상'을 우선적인 의제로 삼아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반올림은 '공개 사과+보상+재발방지 대책'을 동일 선상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반올림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본협상으로 넘어가는 듯했으나,다시 반올림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첫 본협상이 무위로 끝난 뒤 양측은 접점을 찾고자 물밑 접촉을 하고 있으나,다음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직업병 피해자들의 대변자로서 실체를 인정하라는 반올림의 입장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화는 창구를 열어 놓고 계속 해나갈 것"이라며 "하지만원활한 협상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필요한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보상에 앞서 삼성의 책임 있는 사과와 믿을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원한다"며 "이를 수용하려는 삼성전자의 자성과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협상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