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형제간 다툼 심려 끼쳐 죄송">

입력 2014-02-06 11:30
자서전 바탕 '유지 논쟁' 승리로 해석



삼성그룹은 6일 삼성가(家) 상속소송이 항소심에서도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승소로 끝났으나 그룹 차원에서는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도 밝혔듯이 사인간의 소송이므로 그룹 차원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 회장 측 소송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가 밝힌 내용을 사실상 삼성 측의입장으로 대신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형제간의 다툼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소송 절차와 관계 없이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 측이 '원칙과 정통성의 문제'라고 주장한 이번소송이 1, 2심에서 모두 완승으로 결말이 나자 한시름을 놓는 분위기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피고 측에서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지만 상고하더라도 2심으로 사실심을 마치고 법률심만 남겨둔다는 점에서 부담을 덜었다"고 전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지(遺志)를 다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피고인 이 회장과 원고인 이맹희 씨 측은 항소심 소송에서 선대 회장의 유지 해석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 측이 유지 논쟁에서도 승리한 데는 이맹희 씨의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책에는 '운명 전 아버지는 인희 누나, 누이 동생 명희, 동생 건희, 내 아들재현이 등 다섯 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줬다'고 돼 있다.



또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에는 승계부분 언급으로 '내가 삼성을 창업하고 발전시켜 온 것은 사실이나 삼성이 나 개인의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이계승이, 삼성의 확고부동한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되고 기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삼남 건희를 계승자로 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라는 문구가 나와 있다.



삼성 측에서는 이날 항소심 판결문에서 "망인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피고(이건희회장)를 일찌감치 결정해 나눠먹기식 재산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삼성생명[032830]과 삼성전자를 분배대상으로 천명해왔으며…"라고 언급한 부분이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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