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임금지급기 폐지 유감…소급청구 불허시점 환영대기업 대부분 직접 입장표명 삼가
산업계는 23일 정부가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지침에대해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반영해 기존의 통상임금 해석 기준을 수정한데 대해서는 재계 단체들을 중심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논란이 되는 통상임금소급청구 불허 시점이 올해 임단협까지 유지된다고 못박은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기업들 대부분 통상임금 판결 후 기다려온 정부의 유권 해석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대부분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부가 이번 지침을 통해 기존 통상임금 요건이던 1임금지급기(1개월)를 사실상 폐지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예규가 1988년 제정된 이후 장기간 효력을 유지해 오던 1임금지급기요건이 없어지면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고 기업이 짊어질 부담 역시 막대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총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1임금지급기 요건을 되살려내야 한다는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노사가 합의했다면 그 내용대로 통상임금의 범위를정할 수 있도록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수했다.
경총 측은 "오랜 기간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기초로 신뢰와 관행이 형성돼 온만큼 고용노동부는 1임금지급기의 명시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노사합의 인정 등입법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정부 지침에서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소급청구 불허 시점이올해 임단협까지 유지된다는 점을 명시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그렇다고 문제가 잦아들지는 않을 거라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해설한수준"이라며 "판결 이후 제기된 정기상여금에 대한 신의칙 적용 여부 문제를 여전히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과근로가 많은 완성차 업체의 속성상 통상임금 사안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현대·기아차그룹은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침과 향후 정비될 통상임금 관련 법령을 통해 임금체계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의 세부사항을 놓고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이런 분위기는 현대·기아차그룹이 당사자가 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반응을내놓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GM은 현재 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용부 지침에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009540] 관계자도 "통상임금과 관련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입장을 말하기 아주 조심스럽다"면서 "앞으로 임협을 앞둔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을내놓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지도지침 내용대로 법 위반사항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정부 지침이 나왔으니 각 사업장별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도 "노동부의 지도지침의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SK그룹은 "이번 노사지도 지침을 참고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 노사가 임단협이나 협의를 통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코[005490]는 이번 노동부 지침이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으로 전체적으로비용 증가 요인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기상여금을 지급일(30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주고 있기 때문에 노동부 지침상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추가 비용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정부 지침 내용에 비춰보면 올해 임단협은 그어느 때보다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부분 사업장에서 당사자들이 지켜온상호 신뢰를 존중하고 임금체계를 무한경쟁 시대의 노동 시장 상황에 적합하게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