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성과있는 곳에 보상" vs 현대차·SK "기본기 강화"이서현 사장 승진 외 총수일가 인사는 '잠잠'
계사년(癸巳年)이 저물어 가면서 재계의 연말 인사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기 지표의 점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가 여전히 냉랭한 경영환경 속에서 국내 유력 기업들은 '세밑 인사'를 통해 한 해의 실적을 돌아보고 새해의 경영 청사진을 그렸다.
기업별 사정에 따라 인사의 세부지침과 규모 등은 달랐지만 성과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체질개선에 공통적으로 초점을 뒀다.
◇'신상필벌' 올해도 적용 = 29일 업계에 따르면 각종 경제지표상의 호전 조짐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흐름을 잡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한 해를 달려온 대기업들이 연말에 제시한 인사 기준은 비교적 명료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하고 부진하면 책임을 묻는 것이다.
지난 5일 인사결과를 발표한 삼성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한 삼성전자[005930]에서 가장 많은 신임 임원들이 배출됐다. 그룹 전체 임원 승진인사 대상자 475명 중 삼성전자 소속이 226명(48%)을 차지했다.
LG그룹도 비슷했다. 실적이 부진했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교체하되 휴대전화 사업의 선전을 이끈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은 승진 발령했다.
지난 12일 단행된 SK그룹 인사에서도 임원 승진자 141명 가운데 사상 최고 실적을 낸 SK하이닉스[000660]에서 43명이 대거 배출되는 등 신상필벌의 메시지가 녹아있다.
◇'기초역량 강화' 인사 키워드로 =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내년의 시장 상황과 맞물려 '불확실할 때일수록 기본기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인사 원칙에 담은 기업들도 많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27일 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이 대표적 케이스다.
예측이 쉽지 않은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 성장을 이어가려면 연구개발 인력을 중용해야 한다고 보고 그룹 전체의 임원 승진자 419명 중에서 43.4%(182명)를 연구개발 및 기술 부문에서 선정했다.
SK그룹도 신규 임원의 63%를 이공계에서 뽑으며 기술 중심의 인사 철학을 내보였고 삼성그룹 역시 연구개발 분야 임원 승진자가 작년(105명)보다 14% 증가한 120명에 달했다.
◇'발탁 승진' 화두로…초점 차별화 경향도 = 기업들의 고유한 경영 사정이 인사결과에 적극 반영된 경우도 시선을 끌었다.
임원 인사 규모의 증감부터 제각각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보다 승진자가 2%(10명) 줄어든 반면 현대차그룹은 10.6%(40명), LG그룹은 8%(9명)가 늘었다.
SK[003600]그룹이 '총수 공백' 상황 속에서 계열사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임원 인사를 단행한 반면, 조선업 장기 불황에 대응해 책임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춘현대중공업[009540]은 2년 만에 회장직을 부활시켰다.
이 가운데에서도 참신한 인재를 전진배치하기 위한 발탁 승진이나 여성인력 중용 현상은 공통점을 형성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승진 연한을 뛰어넘은 임원 발탁 승진이 85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썼고 여성 승진자도 역대 최다인 15명에 달했다.
GS그룹에서는 이경숙 신임 GS건설[006360] 상무가 출범 10년 만에 첫 공채출신여성 임원으로 선임됐다.
◇오너 승진은 잠잠한 편 = 연말 인사 때마다 관심을 모았던 오너 일가의 승진인사는 올해는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승진 소식이 가장 눈에 띄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이 다음 달 5일부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180640]의 대표이사 부사장을 겸직하고 조 회장의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은 승진설이 있었지만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구본무 LG그룹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066570] 부장도 승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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