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그룹 인수후보 물망에인수가 1천억대 추산…"R&D·투자 지속할 자본력·전략이 관건"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반도체 사업체인 동부하이텍[000990]을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동부하이텍은 각종 전자제품에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중견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5천908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관련 매출이 연간 10조∼4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000660]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 당장 드러나는 파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산업 지형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동부하이텍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후보군 물망에는 삼성·현대차·SK·LG[003550] 등 국내 4대 그룹이 오르내리고 있다.
동부그룹이 처분할 동부하이텍 지분은 37%로 이를 전량 인수하는 데 드는 금액은 현재 시가총액(2천800억원) 기준으로 1천억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실제 자산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 있지만,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보면 '대어급'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8일 "동부하이텍 매각은 금액 면에서 보면 동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여도가 그리 크지 않다"며 "김준기 회장이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추진해온 반도체사업을 포기할 만큼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전날 동부하이텍 매각을 포함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반도체는 많은 투자비용 들어가는 장치산업인 데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아무나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사업 분야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관심과 자금력만으로는 동부하이텍 인수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부하이텍은 1997년 동부전자로 출발해 지금까지 2조원 넘는 자금이 투자됐으나 15년 동안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올해 첫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려면 당장의 인수 자금이 문제가 아니라사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막강한 자본력과 사업 전략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후보로 4대 그룹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SK는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상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동부하이텍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첨단 시스템반도체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동부하이텍은 사업 내용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동부하이텍의 주력 제품인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소리·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디지털 카메라용 CMOS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디지털 오디오 엠프칩, 디스플레이 구동칩(LDI)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을 일부 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고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희소성이 있는 기술력을 가진업체가 아니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인수합병(M&A)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했으나 사업상 시너지 효과가 큰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현대차그룹도 개연성 있는 동부하이텍 인수 후보자로 언급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 자동차 전자제어 전문기업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종별 맞춤형 제작으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어려워 그동안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최근 자동차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 수가 200여개로 크게 늘면서 현대차그룹이 직접 사업에 나선 것이다.
동부하이텍이 생산하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동차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까지 인수하며 전자산업에까지 발을 넓힐지는 미지수다.
평소 시스템 반도체 사업 진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는 LG그룹이 동부하이텍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LG그룹은 1980년대 중반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정부 주도의 '빅딜'을 통해 LG반도체(옛 금성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넘기면서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LG전자[066570]는 IT·가전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기업답게 현재 반도체와 관련된 수천명의 R&D 인력을 두고 각종 제품에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사실상 반도체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 반도체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LG전자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한다면 반도체 설계 능력에 생산라인까지 갖추게 돼반도체 사업을 공식적으로 재개하게 된다. 하지만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팹리스 형태의 사업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LG전자가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선택을 굳이 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에서 매각 의사를 밝히기는 했으나 반도체 사업은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동부그룹이 매각 결정을내린 자산을 인수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