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빼고는 대다수 대기업 수익성 악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서 우려했던 실적 악화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다수 주요 기업의 실적 지표가 일제히 곤두박질친 것이다.
몇 달 새 야금야금 떨어진 원-달러 환율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탓으로풀이된다. 삼성전자[005930] 정도를 빼곤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일제히 악화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9조835억원, 영업이익 10조1천6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던 2분기(매출 57조4천600억원, 영업이익 9조5천300억원)보다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6.6% 증가한 것이다.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낸 것이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13.2%, 26.1% 늘어났다.
3분기 실적은 메모리 수요 강세에 힘입은 반도체의 실적 성장과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가 견인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 경쟁력을 과시한 실적이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005380]는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때보다1.7% 늘어난 2조1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10.2% 증가한 20조8천194억원이었다.
비록 영업이익이 늘긴 했지만 소폭에 그쳤고, 매출액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더 많이 팔고도 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1∼3분기 누계로는 영업이익이 4.9% 줄며6조2천851억원에 그쳤다.
김영태 현대차 재경사업부장(상무)은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원-달러 환율을 전년보다 약 1.8% 하락한 1천7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국내보다 해외공장의 수출을 늘리고 결제통화 다변화, 현지 부품조달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기아자동차[000270]는 사정이 더 나빴다. 3분기 작년 같은 때보다 13.1% 줄어든6천96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액은 0.1% 증가한 11조6천339억원을 기록했는데도 영업이익은 빠졌다.
기아차는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환율 하락에따른 수익성 악화가 컸다고 밝혔다. 특히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해외공장이 적어환율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다.
포스코[005490]는 3분기 작년보다 38.0%나 줄어든 6천3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액도 3.7% 감소한 15조1천502억원이었다.
포스코는 3분기가 전 세계적으로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수요 부진, 판매가격 하락, 원료가 상승, 전력수급 초비상에 따른 감산정책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보다 다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066570]는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7.0% 늘어난 2천178억원을 기록하고, 매출도 4.6% 늘면서 13조8천922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전 분기보다는 영업이익이 54.6%, 매출은 8.8% 감소했다.
특히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휴대전화사업본부는 4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LG전자는 마케팅 비용 증가와 경쟁사 간 가격 경쟁 심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3분기 매출이 14.1% 줄어든 15조8천582억원, 영업이익은 56.7%나 빠진 3천82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고 정제마진이 떨어져 석유사업이 부진했던 것이 실적 악화에 크게 작용했다.
대한항공[003490]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3.2% 감소한 1천601억원에그쳤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3.4% 줄어든 3조1천833억원이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3분기 매출은 11.9% 감소한 3조5천757억원, 영업이익은 36.7% 쪼그라든 2천5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원복 산업연구원 박사는 "미국의 양적완화 유지, 한국 경제의 흑자 기조 지속등 여러 상황을 볼 때 원-달러 환율이 내년까지 쭉 내려갈 확률이 높다"며 "문제는떨어지는 속도인데 특히 환율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