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대책없는 중소기업 등 어려움 클 듯자동차·철강 등 영향…전자·정유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단가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054.3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하락이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환율하락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내년 평균환율이 1천6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원복 박사는 "문제는 떨어지는 속도"라면서 "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여지를주지 않고 급속히 떨어진다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크고, 특히 환율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상무)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율변동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내성이 생겼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수익성이 나쁜 기업들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응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의 이상호 산업정책팀장은 "환율 하락은 미국의 출구전략 등과도 연계돼있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손익분기점 환율(1천60원)에 거의 근접해 있는데 여기에서 추가 하락하면 산업계 전체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특히 원화가 달러화, 엔화에 대해 동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한국과 수출경합 관계에 있는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말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업종의 걱정이 크다.
현대·기아자동차[000270]는 수출 비중이 75∼8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환율이10원 하락하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며 최근 환율 하락 움직임에 따른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대응전략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결제통화를 다변화해 결제 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를 늘리고 있다.
해외공장 생산을 점차 늘리는 현지화 전략도 환위험을 낮추는 방편이다. 현지고객이 요구하는 맞춤형 차량을 생산해 적시 공급할 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절감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후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동시에 수출 중심형 사업 구조를 갖춰 환율변동으로 상반되는 영향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해 환율이 떨어지면 판매단가가하락해 손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유를 수입할 때는 반대로 환차익이 발생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보완하게 된다.
조선업계는 선박 한척당 수주 금액이 크고 수주액을 여러 번에 걸쳐 받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환율에 민감한 편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의 원화 가치가 떨어져 매출이감소하고 국내산 자재 값은 사실상 인상 효과가 있다. 환율이 내려갈수록 선박 가격은 올라가지만 수주 금액은 정해져 있어 업체가 손해를 떠맡는 셈이다.
현대중공업[009540]의 한 관계자는 "환율 급변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주로계약 체결 시점에서 선물환계약을 하는 등 환헷지 조치를 한다"고 전했다.
전자업계는 해외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환율변동에덜 민감하다.
또 달러화 일변도가 아니라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결제통화가 다변화된 것도환율하락의 영향을 덜 받는 요인이다.
건설업계도 해외공사가 많아 환율 변동이 기업 활동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해외공사 수주를 할 때 보통 현지화, 유로화, 달러화를 섞어서 계약을 하는데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헤징을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박원주 산업정책관은 "지난 1월 이후 상황을 보면 환율 하락이 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걱정했던 것 만큼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 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어 환율 하락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대외 환경 변화와 함께 복합적으로 봐야지 환율 하락 하나만 보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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