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패션사업 양도…삼성그룹내 역할 조정>(종합)

입력 2013-09-23 19:30
<<이서현 부사장 이동 가능성 등 추가>>삼성그룹 후계 영향에 촉각…이서현 부사장 거취에 관심



23일 제일모직[001300]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는 순수한 '사업상'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이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업 조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룹의 후계와 연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삼성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역할 조정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는 12월 1일 완료된다.



총 인수가격은 1조500억원으로,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을 모두 인수한다.



이번 사업 양수도는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간 협의가 결실을 본 것이라고 양사는 강조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양도로 확보된 투자 재원을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 투입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미 전체 매출의 43%를 케미칼사업, 26%를 전자재료사업에서 각각 올릴 정도로'소재사업' 회사로 변신한 상황인 만큼 성장 사업에 더 치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에 제일모직이쌓아 온 글로벌 역량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돼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영업 양수도는 삼성그룹내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양사의 결정에 앞서 삼성그룹 차원의 결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제일모직은 '모태사업' 접고 에버랜드 신규사업 추가 이번 영업 양수도로 인해 제일모직은 모직사업을 접게 됐다.



1954년 직물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해 설립된 제일모직은 그동안 모직사업의 비중이 계속 줄었지만 끈을 놓지는 않았다.



모직사업은 최근에는 전체 매출의 1%로 떨어졌지만 패션사업부문의 한 사업영역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양수도로 제일모직은 완전히 직물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추후 사명을 바꿀지도 관심가는 대목중 하나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외식사업인 FC(Food Culture)사업과 건축·토목·조경·부동산서비스 등과 관련된 E&A(Engineering & Asset)사업, 레저사업을 주로 했다.



작년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3조300억원중 FC사업이 1조2천억원, E&A가 1조3천억원, 레저사업이 3천500억원이었다.



제일모직의 작년 패션사업부문 매출이 1조7천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존 사업부문을 제치고 에버랜드의 최대 사업이 되는 것이다.



에버랜드는 최근 몇년동안 그룹내 건설 계열사로부터 인력을 흡수해 E&A사업을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 삼성그룹 후계와 관련있나 이번 사업 양수도가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그룹내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수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삼성그룹내 계열사가 그룹 밖에 있는 기업이나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지난 8월제일모직이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던 사례에서 알수 있듯 드물지 않다.



그러나 그룹내에서 사업을 주고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우선 삼성그룹내 계열사들의 사업을 조정해 효율적인 기업집단으로변신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사한 사업을 한 계열사로 몰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규모가 확대되는 것도눈길을 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25.1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에버랜드의 사업확대는 이 부회장의 영향력 확대로이어질 수 있다.



현재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인 이서현 부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패션사업담당 부사장이었으나 이후 전 사업부문을 관장하는 경영기획담당으로 역할이 조정됐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패션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에버랜드로 이동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에버랜드에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자매가 한 회사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모습이 된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에버랜드를 사업부별로 분할할 것이라는 관측도나오고 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 및 금융계열, 이부진 사장이 서비스 및 중화학 계열,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 및 광고 계열을 맡는 것으로 삼성그룹이 3분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



즉 현재 삼성에버랜드 사업중 레저사업 및 외식사업은 이부진 사장이, 패션사업은 이서현 부사장이, 건설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맡는 것으로 분리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측에서는 3남매간 역할 조정 등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고있다.



삼성그룹은 물론 두 회사는 "연말 인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를 봐야 할 것"이라면서 "아직 어떤 구도로 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ungj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