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오리온 그룹 오너 일가가 추석 연휴에동양그룹 지원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부부,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이번 추석 때 동양그룹의 만기 도래 기업어음(CP) 상환 지원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경 부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딸들로 이번 추석 연휴 때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이웃해 사는 모친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 자택 등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두 그룹 측은 추석 연휴 때 오너 일가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오리온 측의 한 관계자는 "오너 개인의 문제여서 회사 측에선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회장 본인도 (동양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동양 측의 한 관계자도 "이번 추석 연휴 이후 (지원 문제에 대해) 오너 일가로부터 이렇다 할 얘기를 전해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038500] 등 5개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은 총 1조1천억원 수준으로 이달부터 차례로 만기가 돌아온다.
동양그룹 측은 CP 상환을 위해 오리온 대주주인 담 회장(12.91%)과 이화경 부회장(14.49%)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 15∼20%를 담보로 5천억∼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담 회장과 이 회장이 최대 3천억원규모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면 ABS를 5천억∼7천억원 정도만 발행해 CP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양그룹 측은 동양매직과 동양시멘트·동양증권 지분 등 보유 자산이 팔리는대로 갚아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지분을 안정적으로 지켜주겠다는 뜻을 오리온 측에 전달했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동양매직은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시멘트와증권 등 계열사 지분은 팔 수 있는 만큼 내다 팔 계획"이라며 "자금이 회수되는 대로 오리온 오너 일가가 제공한 담보 해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 회장 부부 입장에선 개인이 보유한 사재를 내놔야 하는 문제여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15∼20% 정도에 이르는 오리온 지분을담보로 내놨다가 오리온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유 지분 담보 제공 기한을 못박아두거나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담 회장 부부로선 쉽게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동양그룹 측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CP 1조1천억원 외에 9천억원 정도의채권단 여신은 만기 연장을 해놓은 상태이다. 동양그룹은 CP 해결 등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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