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딜레마…주가가 올라도 내려도 '걱정'>

입력 2013-09-11 06:11
주가 올라 자사주 매입 부담…안 오르면 매각 어려워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최근 자사 주가가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사주조합이 연말까지 주식을 사들이기로 한 상황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 매입 단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올해 추석 상여금을 100% 또는 최대 200%까지 우리사주 청약에 쏟아부었다.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이를 토대로 연말까지 차례로 250억원 규모 총 322만주를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은 조합이 연말까지 주식을 사들이고 나서 1년 후부터 주식을 팔 수 있다. 매입 단가가 높아지면 주식을 파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대우건설 주가는 최근 정부의 전·월세 대책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다른 건설사들과 동반 상승하고 있다. 6천∼7천원에서 거래되던 대우건설 주가는10일 종가 기준 8천180원으로 올랐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가족의 반대에도 이번에 상여금의200%를 사주 매입에 넣었다. 주가가 올라 매입 단가가 높아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7월 입사한 신입사원 전모씨(26)는 "입사 후 받은 첫 상여금을 사주 매입에 쓰고 나니 월급통장에 얼마 남지 않았지만, 부모님도 회사가 잘돼야 직원들도 잘되는 거라면서 적극적으로 권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추석 상여금을 주가 부양에 선뜻 내놓은 것은 순탄치 않은 회사의 운명과 닿아 있다.



대우건설은 1999년 구조조정을 개시한 대우그룹의 모회사인 ㈜대우가 대우인터내셔널[047050], 대우, 대우건설로 분할하면서 탄생했다.



2003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대우건설은 2006년 새 주인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맞았다. 그러나 기업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금호그룹이 예상치못한 복병인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대우건설은 다시 2010년 말산업은행에 넘어갔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010년 말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위해 사모투자펀드(PEF)와 SPC를 통한 대출 등 총 3조2천억원을 들여 대우건설 지분50.75%를 사들인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대우건설을 울며 겨자 먹기로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사들이면서 부담을 떠안았지만 어려웠던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은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대우건설은 그러나 대우그룹 붕괴 이후 또다시 주인 없이 떠돌이 신세에 처하게됐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주인 없는 경영체제에 익숙해졌지만, 가끔 불안감이 들때도 있다"며 "회사가 잘돼야 직원들도 좋은 게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인수 당시 산업은행 측은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대우건설 가치를 끌어올려 지분을 다시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나 당분간 대우건설 매각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주가가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주식 평균 매입 단가인 1만5천원대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어 팔기 어렵다는 게 산업은행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언제든 가치가 오르면 대우건설에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며"다만, 손해를 보고 팔 수는 없고 매각가격은 비싸면 비쌀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가격이 4조∼4조5천억원 정도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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