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잡 운영 산업인력공단·코트라 피해 책임 '나몰라라'
강원도의 한 호텔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이모(32)씨는 지난 5월 '월드잡' 사이트를 통해 해외 취업 신청을 했다.
월드잡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공동 관리하는해외취업 포털이다. 기본적인 운영은 공단 측이 맡고 코트라는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구인업체를 발굴·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씨는 신청 후 일주일도 안돼 폴란드, 싱가포르, 캐나다 현지 레스토랑에서 차례로 취업 제안을 받았고 근무조건 등을 따져 한국인이 운영하는 캐나다 레스토랑을낙점했다.
레스토랑 주인은 일단 6개월짜리 관광비자로 6월 초까지 입국해 5∼6개월 한시적으로 일한 뒤 취업비자를 받아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출국이 임박한 5월 말 레스토랑 주인은 갑자기 조건을 바꿔 정식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취업비자 발급에 8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고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이씨는 이미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항공권까지 구매한 상황이었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이씨는 공단 측과 코트라에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요구했지만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특히 현지에서 해당 업체를 직접 발굴해 소개한 코트라가 뒷짐을 진 채 책임을회피하는 태도를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 측은 '국민신문고'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넣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그제야 다른 곳을 소개하며 봉합을 시도했지만 모두 조건이 안맞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곳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와중에 코트라 현지 무역관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항공권 환불 수수료 23만원을 지불할테니 더는 문제 삼지 말아달라며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이씨 측은전했다.
이씨는 다시 구직활동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씨 측은 24일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까지 잃었는데 국민을 위한다는 공공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해외취업을 알선한 뒤 손놓고 있을 게 아니라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트라 관계자는 "당사자가 직접 해당 업체를 접촉하면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개인 과실이 크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이씨가 다시 해외로 나가겠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