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강원대 교수…"시장진입 시기가 PC성장기와 맞물린 때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발표한 1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삼성전자 33.3%, SK하이닉스 17.4%로 한국 기업이 과반을 차지했으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홀로 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저장 등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 주기억장치(CPU)처럼 특수한 기능을 수행해 다소 복잡한 회로설계 기술을 필요로 한다.
김재훈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 반도체기업의 유형변화'에서 사회구조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1987년 반도체 3대 기업으로 군림한 삼성전자, 금성일렉트론(LG반도체), 현대전자의 제품 구성은 개별소자(삼성), MOS로직(금성), S램(현대)으로 다양했으나 1994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삼성 87%, 금성 90%, 현대 99%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3곳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 PC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PC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던 때에삼성, 금성, 현대가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구조 변화에 맞춰 반도체 산업 구조를 바꾼 것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양산 능력이 하락하는 등 외부 환경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현대전자는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 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한 뒤 현대그룹과계열분리를 했으나 2011년 SK텔레콤[017670]이 하이닉스를 인수함에 따라 SK그룹 소속이 됐다.
김 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가 좋을 때에는 메모리 반도체에편중된 산업 구조가 효자 노릇을 할지 몰라도 불황이 찾아오면 국민 경제에 크나큰타격을 주게 된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unr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