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주유기 조작을 강력 제재하겠다고밝힌 것은 불법 행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한 주유기가 일반화하면서 주유량을속이는 행위가 지능화했다.
과거에는 주유기 봉인을 뜯고 유량계의 눈금을 한 칸씩 돌려 주유량을 0.17%단위로 속이는 방식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전자적인 방식으로 조작을 시도한다.
2008년에는 일정량의 석유가 주입될 때마다 맥박처럼 보내는 전자적 신호인 '유량펄스'를 단순조작하는 수법이 적발됐다.
2011년에는 유량펄스 조작을 위한 전용 회로판이 등장했고 작년에는 주유량을검사해 가격을 산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교란·조작하는 프로그램까지 사용한 사례가확인됐다.
불법 소프프웨어를 사용한 주유량 조작이 적발된 업소는 2010년에 1곳에 불과했으나 2011년 2곳, 2012년 27곳으로 늘었다.
주유소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범죄를 파악하기 쉽지않다는 점에서 적발되지 않은 업체가 다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영수증에 표기된 것보다 실제 주유량이 지나치게 적은 것 같다"는 신고가접수되면 불시 점검에 착수해 적발하는 데 대부분 소비자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속이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
기표원은 보안인증 모듈 기술과 물리적 봉인을 강화해 조작을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조치가 일정기간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조작 기술이 계속진화했다는 점에서 영구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최금호 기술표준원 계량측정제도과장은 "이는 창과 방패의 대결과 같은 것"이라며 "99%의 노력을 하지만 (수법이 진화하면) 별도의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유기 사용 오차를 줄이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의도적인 오차를 차단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허용 오차는 기기 노후나 기온 변화에 따른 의도성이 없는 주유량 차이를 일정한 범위에서 용인한다는 차원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업소가 있다는 것이다.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과 석유관리원이 2011∼2012년 주유기 7천859기를 측정한 결과 정량보다 초과 주유한 기기는 11.4%에 불과한 896기였고 나머지는 실제 주유량이 표시량보다 적었다.
다만 20ℓ당 사용 오차 허용치가 150㎖ 넘게 미달한 주유기는 202기였다.
초과 주유기와 미달 주유기가 정규 분포하지 않고 미달 주유기가 눈에 띄게 많다는 점에서 차익을 노리고 허용 범위 내에서 의도적으로 적게 주유한다는 의혹도제기되고 있다.
기표원은 허용 오차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의도적인 미달 주유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3년으로 돼 있는 주유기 검정 유효기간을 2년으로 줄이고 주유기수리업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부정행위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sewonle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