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X그룹 어떻게 재편되나…'강덕수 신화' 좌초>

입력 2013-05-03 19:00
조선업 중심으로 축소 재편될듯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3일 발표한 STX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현재의 STX그룹은 사실상 해체된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조선해양 부문을 제외하곤 대부분 일부 또는 전체 매각의 수순을 밟게 됐기 때문이다.



위기를 넘기고 난 이후 STX그룹은 외형이 크게 축소되면서 조선업을 핵심사업부문으로 한 그룹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그룹 구조 어떻게 재편되나 우선 애초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067250] 외에도 그룹 지주회사이자 STX조선해양의 대주주(30.6%)인 ㈜STX[011810]를 포함해 STX엔진[077970]과 STX중공업[071970]이 모조리 자율협약 대상이 됐다.



STX엔진과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과 해양플랜트 기자재 등을 만들어 STX조선해양에 납품하는 회사로, STX조선해양과 수직계열화된 관련회사다.



이 조선해양 부문과 역시 자율협약 대상이 된 시스템통합 업체인 포스텍을 제외하면 그룹의 주요 사업 부문은 모두 매각 대상에 올랐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그 일가 및 포스텍이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개인기업 형태인 STX건설은 건설업계의 장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이다.



해양 부문 사업체로 STX조선해양과 더불어 그룹의 양대 주력사인 STX팬오션[028670]은 이미 작년 말 매물로 나왔다가 매각에 실패한 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인수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지분의 절반가량(50.1%)을 가져간 STX에너지도 이날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지분 43.15%를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TX는 강덕수 회장이 가진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오릭스의 보유 지분 중 6.95%를 회수한 뒤 그 의결권을 한앤컴퍼니에 위임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여기에 세계 굴지의 규모인 중국의 STX다롄조선과 유럽 쪽 조선 계열사인 STX핀란드, STX프랑스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STX다롄은 이미 다롄시가 조선소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럽 쪽 계열사 중 하나인 STX OSV는 작년 말 지분 100%를 이탈리아의 조선사핀칸티에리에 넘겨 매각(7천700억원)했다.



결국 매각으로 방향이 잡힌 사업 부문을 제외하면 큰 갈래에선 '㈜STX→STX조선해양→STX엔진ㆍSTX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조선업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되게된다.



그룹의 외형도 크게 작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STX그룹의 자산 규모는 24조3천억원이다. 이는 STX유럽,STX다롄 등 해외 자회사 자산은 제외한 것이다.



여기서 STX팬오션(7조1천500억원), STX건설(5천484억원), STX에너지(1조6천790억원)이 분리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룹 자산 규모는 15조원으로 쪼그라든다.



◇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나 STX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포스텍이 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체인 이 회사는 그룹 지주회사인 ㈜STX의 지분 23.1%를 보유해 실질적인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층부에 있다.



강 회장은 이 포스텍의 지분 69.4%에 ㈜STX의 지분 9.9%를 갖고 있어 오너 역할을 해왔다. 강 회장 일가와 포스텍이 주요 주주여서 개인회사 격인 STX건설을 빼면나머지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STX 아래 자회사 형태로 있는 구조다.



채권단은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감자 후 출자전환'의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감자를 통해 대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규모를 줄인 뒤 채권단의 대출금을 출자 형태로 전환해 채권단이 주요 주주가 된다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오너인 강덕수 회장의 지분은 크게 쪼그라들게 된다. 채권단 말대로경영권은 유지한다 해도 기존의 오너 지위는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금호그룹 등 다른 대기업집단의 구조조정에서도 있어왔던 관행이다. 오너가 부실 경영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사회적 합의인 셈이다.



◇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 옛 쌍용양회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오너에 오른 강덕수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였다.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한 그는 2001년 자신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사재 20억원을 털고 펀드를 끌어들여 STX그룹을 일으킨 것이다.



그 뒤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잇따라 사들이며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속하게 외형을 키워 채 10년도안돼 재계 서열 13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그 바탕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세계 조선·해운업계의 호황이 있었다.



그룹 설립 첫해인 2001년 5천억원에도 못 미쳤던 매출은 지난해 18조8천300여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 위기 이후 교역량 감소로 해운업이 위축되고 조선업까지 여파가 밀려오면서 그룹 전체에 유동성의 위기가 닥쳐왔다.



결과론적으로 강덕수 회장과 STX그룹도 '승자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STX그룹 임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모습이다.



STX 한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는 매각설이 꾸준히 나왔고 주력인 STX조선해양은이미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해 어느 정도 예상한 시나리오"라면서도 "그럼에도 허탈하다"고 말했다.



향후 채권단과 STX그룹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되겠지만, 매각선상에 오른 계열사는 물론이고 자율협약 대상이 된 계열사 역시 강도 높은 인적·물적 구조조정과긴축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STX의 다른 관계자는 "경기가 좀 더 나아지고 조속한 시일 내에 회사가 정상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