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임금체계 개편' 논란…노사 갈등 '불씨'

입력 2013-04-23 17:31
산업계 "임금피크제 필요"vs 노동계 "반대"…청년실업난 해소 관건정부·노동계 "청년일자리ㆍ정년연장 대체관계 아니다"



여야가 공공ㆍ민간 부문의 정년을 2016년부터 60세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킴에 따라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후 빈곤 대책 마련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정년 연장으로 인한 사업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합의는했으나 임금피크제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하지 않음에 따라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정년 연장'에 대해 노동계는 '수용불가' 방침을고수하는 반면 산업계는 임금피크제가 명문화되지 않은 채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는것은 기업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청년 실업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0세 가까이 된 고령층이 생계 유지를 위해 직장에서 물러나지않으면 젊은이들의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논리에서다.



때문에 정년 60세 연장은 자칫하면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안고있다.



이와 관련,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와 노동계는 "청년 일자리와 정년 연장을 대체 관계로 단정할 수 없다"며 공통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정년 연장 왜 필요한가 소득 증대로 인한 생활 수준 향상 및 의약 기술의 발달 등으로 평균 수명이 늘면서 한국은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고령층 인구의 생계 유지 및 빈곤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3일 통계청 '추계인구'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인구는 2000년 1천200만명에서 2010년 1천만명으로 줄었으며 2020년에는 900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고령층(55세 이상) 인구는 1960년 200만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 1천만명으로 급증했고 2020년에는 1천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연령층 인구 전망치를 적용하면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7.5%에서 2000년 15%로 올라간 뒤 2020년에는 30%를 넘어선다는 계산이가능하다.



또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천70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빈곤화 대책 수립 뿐 아니라 경제활동 인구 확보를 위해서도 고령층 인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줄곧 제기돼 왔고 여야는 이같은 논리에 공감해 정년 연장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 '임금 체계 개편' 놓고 노·사 입장 '상충' 정년 연장에서 여야가 임금 체계 개편을 가능토록 한 것에 대해 노사간 입장은극명하게 갈린다.



여야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한 의식해 '임금 체계 개편'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용어를 선택했지만 결국 임금 조정이나 임금피크제 확대 등을 통해 근로자의 정년을연장하되 고용 기간에 임금을 줄이거나 최소한 인상을 막는 식으로 운용될 공산이크다고 노동계는 우려하는 반면 산업계는 임금조정 없는 정년 연장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정년 연장 의무화에 대해서는 노후 빈곤대책으로서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임금 조정과 연계해 정년 연장을 시행하는 방안은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하고 노동 조건을 하향 평준화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밝혔다.



그는 또 법적으로 기업의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되더라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업에 만연한 조기퇴직 관행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노후 빈곤 대책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같은 입장을 취했다.



반면 산업계는 정년연장 합의에 '임금피크제'가 전제되지 않아 일선 기업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에 최종 입법 과정에서 후속조치를 마련해줄것을 요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작년 현재 정년 60세 이상인 기업이 전체37.5%에 불과한 현실에서 국회가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지 않고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유감스럽다"며 "특히 '임금피크제' 등 노사간 이익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 보완없이 정년 60세를 의무화한 것은 향후 건전한 노사협력의 토대를 뒤흔들 수 있다"고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논평을 통해 "60세 정년연장 시 임금피크제와의 연계가 필요한데도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것은 향후 사업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임금 체계 개편 등의 후속 조치가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이 트레이드-오프(대체 관계)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임금 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야가 임금 체계 개편이 가능하도록 합의한 것은 결국 청년실업 문제와 기업의 리스크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본다"고 덧붙였다.



◇ 정부·노동계 "청년 일자리 감소는 기우" 노동계는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 실업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대체 관계'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 구직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봤을 때 청년 일자리와 정년 연장은대체 관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에 여야가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뒤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은 비용 부담이 증가할것을 우려한 대기업들의 논리"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처럼 단호하지는 않지만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면 청년층취업자가 감소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시대적 요구"라며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부로부터 의뢰받아 시행한 '고령층 취업과 청년층 실업'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는 노동계와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청년층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면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다는 세대간 고용 대체 주장은 기각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또 199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해 조기퇴직 유인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권고했지만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이 조기 퇴직을유도한 결과 사회 재정 부담만 가중시키고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도 실패한 사례를들어 조기퇴직 권고를 폐기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bumso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