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대기업 압박…재벌경영 패러다임 바뀌나>

입력 2013-02-18 05:59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외부활동 자제·투명경영 강화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성숙한 자본주의'를 내걸며 대기업을 압박하자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법대로 원칙대로'를 강조하면서 대기업의 횡포 견제등을 주창하고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행보를 거듭하자 재계는 새 정부와 코드를 어떻게 맞출지 고민에 빠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법정구속, 실형 선고 등으로 재계총수의 집행유예 관행이 완전히 깨졌는가 하면 신세계[004170]는 검찰, 공정거래위,노동부 등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조사 압박을 받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요구와 함께 전방위에 걸친 재벌그룹에 대한압박이 이뤄지자 과연 대주주 오너가 경영전권을 갖고 책임을 지는 경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정권초가 되면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곤 했지만 재계총수들은되풀이되는 압력과 수난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사법부에서 이미 총수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새로운 양형 기준으로 자리잡은데다 기업인들이 주로 구성요건이 포괄적이고 모호한 배임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많은 것도 경영전면에서 한발 빼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한 원인이다.



여기에 미국, 유럽에서 뿌리내린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시험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며 한국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발 물러선 오너들…전면에 나선 전문경영인 = 경제 민주화에 대한 압박이 재벌그룹 총수로 향하자 오너들은 전문경영인을 '그룹의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그룹의 실무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경영 전면에 나섰을 때 맞을지 모를 역풍을 피해 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005930]는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등기이사를 맡기지 않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4명의 전문경영인중심의 등기이사 진용을 갖췄다.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달랐다.



이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를 경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곱지않은 시선을 의식한 것도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까지 맡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내부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등기이사가 되면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법적 지위와 책임을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회사경영과 관련한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됐다.



새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 정책과 오너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SK그룹은최 회장의 구속 전후로 아예 전면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최 회장은 작년 말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에서물러나면서 그룹을 대표하는 권한을 모두 내놓았고 전문경영인인 김창근 부회장이신임 의장으로 선출됐다.



대신 최 회장은 포트폴리오 혁신과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기로 했다.



현대차[005380] 그룹도 연구개발, 품질, 노무 등 분야별 담당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해오고 있다.



또한 계열사별로 자율 경영 체제를 갖춰 계열사 대표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독립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움츠린 오너들…외부활동 자제·내부 단속 = 대기업 압박이 전방위로 진행되자 재벌 오너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거나 내부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중에선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정당국의 수사나 조사를 받을 대기업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노동조합 직원을 사찰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폭로되면서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특별감독을 받고 압수수색까지 당한 신세계그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압수수색 전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베이커리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고발돼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국회의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응했다가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 불황 탓에 실적이 악화한 것도 버거운데 사정당국과정부기관의 압박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시범 케이스로 신세계가 걸렸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정 부회장의 외부 활동도 움츠러든 모양새다.



그룹은 정 부회장이 현장 점검에 중점을 두고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눈에 띄는 활동은 거의 없는 상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며 "당분간은 전면에서 그룹을 지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도 역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롯데그룹을 압박할 수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같은유통 기업인 신세계가 사면초가에 내몰리자 그룹 입장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기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말 박 당선인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인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을 타깃으로 한 발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항간에는 '신동빈 그룹 회장이 강력한 내부 단속을 지시했으며 모든 계열사에비상이 걸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내부 단속 등의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온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투자와 채용 계획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잇단 상생 행보…투명경영 강화 = 박 당선인이 대기업의 고통 분담과 상생 노력을 당부한 이후 대기업은 새 정부에 협조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한편 사회공헌 조직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고있다.



우선 한화[000880]그룹은 호텔·리조트 서비스 인력, 백화점 판매 사원, 직영시설관리 인력, 고객 상담사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직원 2천43명을 3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비정규직 노조와 갈등을 겪는 현대차에 압박 요인이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비정규직 노조는 사내 하청 근로자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철탑 농성을 하는 등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투명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담합과 연루된 임직원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해임까지 할 수 있도록 했으며준법 경영 여부를 사장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LG그룹도 임직원의 정도 경영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올해 들어 협력업체 등에서 경조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투자 확대 방침에 발맞춰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고용도 작년의 1만5천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002320]그룹과 포스코[005490] 등 대기업 대부분이 기존에 추진해오던 투명경영을 더욱 강화하면서 사회공헌 활동도 늘려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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