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6년만에 협상 테이블로>

입력 2013-01-22 17:39
삼성 대화 제의와 반올림 화답으로 해결 실마리 찾아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에 걸린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2003년부터 삼성전자[005930]의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3년가까이 일해온 여성노동자 황유미 씨(당시 23세)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황씨의 아버지가 반도체 피해노동자로는 최초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는 등 피해보상에 나섰고, 그해 11월 꾸려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나중에 지금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건강과 인권지킴이)으로 발전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자 황씨 등 5명의 피해자 유족이 2010년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 사례 신고가 늘고 사회적 파장도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행정소송에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한편 안팎의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병 인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다 서울행정법원이 2011년 6월 황씨 등의 백혈병 발병이 반도체 사업장의유해작업환경과 관련이 있다며 산업재해로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태는중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삼성은 두 달 뒤인 그해 8월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일하던 임직원이 퇴직 후암에 걸리면 10년간 치료비를 지원하고 사망시 위로금을 주는 자체 지원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도의적인 지원임을 강조하면서 직업병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항소심 소송 중인 피해자 유가족에게 법원의 조정을 제안한 데 이어 정식으로 대화를 제의했다. 이어 대화 제의를 공식적으로 하라는 반올림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근 답변서를 보내고 반올림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대화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그동안 피해자 유가족과의 개별적인 대화 통로는 열어두면서도 반올림을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던 삼성으로서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올림도 대화에 앞서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인정과 선(先) 사과가 필요하다는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사실상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 위한 소송은 이번 협상과 무관하게 지속하겠다는원칙을 내세웠으며 삼성도 암묵적으로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6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려온 삼성 직업병 문제가 이번 협상을 계기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 해외 언론과 학계에서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등 높아지는 사회적 관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여기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이미지 개선이라는 내부 과제도맞물려 있어 협상을 통해 순조롭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골이 깊게 팬 양측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성이 자칫 물질적인 보상에 치중할 경우 직업병 인정을 통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바라는 반올림과의 시각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