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으로 3년 임기 마치고 퇴임
'첫 여성은행장'이란 타이틀을 뒤로하고 물러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은행은 저를 이만큼 자라게 한 둥지였다"고 작별 인사를전했다.
권 행장은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024110] 본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이렇게 말했다.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그는 여성 최초 지역본부장, 여성 최초 부행장 등 늘'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다가 2013년 마침내 여성 최초 은행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언니' 같은 스타일로 직원들을 부드럽게 대하면서도 업무와 관련해서는 꼼꼼하게 파고드는 리더십을 발휘해 '마더십(Mothership)'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등 첫 여성 은행장으로서 그의 행보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됐다.
권 행장은 "여성으로서 일과 삶이 힘겨울 때도 일을 포기하지 않은 인내와 노력에 늘 기업은행이 기회를 내어줬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업은행에서 더할 나위없는 행복과 행운을 누린 사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권 행장은 재임한 3년간 국내 은행권은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 속에 경영 환경이악화되는 경험을 했다.
권 행장은 "거대한 변화가 이뤄진 시기를 맞아 성장의 규모보다 질을 우선하는다른 자세로 대응했다"며 "업종을 넘나들거나 관행을 무너뜨리는 변화와 혁신을 도입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 1조원 클럽에 진입하고 총자산 300조원을 넘는 등의 성과를냈다고 자평했다.
권 행장은 자신이 떠난 뒤의 기업은행이 여전히 많은 도전을 앞두고 있다며 김도진 신임 행장과 함께 혁신에 속도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특히 건전성 유지와 자본확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위기 앞에서 반드시지켜야 할 부분"이라며 "글로벌 진출도 더 과감히 지역 확장과 현지화를 추구해야하고 비대면채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간 고생한 직원들을 향한 미안함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권 행장은 "지난 3년간 정부가 추진한 금융공공기관 정책과 올해 파업 등의 과정에서 여러분이 갈등을 빚고 상처를 받게 된 점, 더 속 시원히 사정을 말씀드리고자주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모든 원망을 내게돌리고 남은 분들은 갈등과 상처를 딛고 다시 한마음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행장은 "한 가지 착각한 것은, 제가 은행을 위한다고 생각했는데은행이 저를 키우고 있었다"면서 "은행은 저를 이만큼 자라게 한 둥지였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어 "여러분의 선배로 돌아가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기쁘게 지켜보겠다"며 "먼훗날 손주의 용돈통장을 만들어주며 기업은행의 놀라운 성장에 제가 함께했음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겠다"고 이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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