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재매각 보류…매물 넘쳤으나 헐값 매각·실패 이어져
올해 70조 가까운 매물이 쏟아져나온 생명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이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2일 마감한 KDB생명의 본입찰이 무산된 이후 재매각 작업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가격 등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단독 응찰한 중국계 자본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확충의 필요성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관계로, 산업은행이당분간 KDB생명의 매각을 다시 추진하지 않고 시장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전했다.
이에 따라 2014년에도 가격 차이로 두 차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KDB생명의 새주인 찾기는 기약 없이 늦춰지게 됐다.
KDB생명의 매각이 보류됨에 따라, 올해를 뜨겁게 달군 생명보험업계의 M&A 시장도 사실상 문을 닫았다.
올해 생보업계에서는 자산 기준으로 70조 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나,씁쓸함을 남긴 사례가 더 많았다.
9월말 현재 총자산 16조8천억원에 이르는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에 고작 300만 달러(약 36억원)의 헐값에 매각돼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안방보험 측에 인수합병 이전 자본확충을 약속, 11월 5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사실상 '돈을 주고 회사를 판' 셈이 됐다.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은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불투명한 전망을 확인시켜준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8일 정례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으로, 심사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새 주인을 맞이하게된다.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자산규모 31조7천억원의 업계 5위 생보사 ING생명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방식으로 홍콩계 사모펀드 JD캐피탈, 중국계 태평생명·푸싱그룹·안방보험 등과 매각 가격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주요 매수 후보자인 중국계 자본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폭풍으로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매각 작업이 지연됐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상장을 통해 새로운 주주를 찾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 내년2분기 유가증권 시장에 ING생명을 상장하기로 했다.
ING생명의 매각이 난항을 겪은 직접적인 원인은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간 갈등이었지만, 넓은 배경을 살피자면 역시 생명보험 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아 적극적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업계에는 2021년부터 부채를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될 예정이라, 많은 보험사의 부채가 증가해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보험업계에서 M&A의 '모범사례'는 미래에셋생명[085620]의 PCA생명 인수정도만 남게 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영국계 생보사인 PCA생명 지분 전량을 1천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모두 변액보험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만큼 시너지 효과를낼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여름께 PCA생명 인수를 마무리하고 통합법인을 출범시킬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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