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취업 '바늘구멍'…일자리 증가폭 4년 반만에 최소

입력 2016-12-25 06:05
3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 증가 폭이 4년 반만에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정적이고 급여가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그다지 늘지 않으면서 구직자들은 실업 수렁에 빠지거나 질 나쁜 일자리로 떠밀리고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취업자는 247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7천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5∼299인 업체(25만6천명)나 1∼4인 업체(4만6천명)보다 증가 폭이 작았다.



300인 이상 기업 취업자는 전월인 10월(243만8천명)에도 3만6천명 늘어나는 등2개월 연속 3만명대 증가에 머물렀다.



이같은 증가 폭은 8천명이 감소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명 급증했다. 올해 6월까지도14만2천명 늘어나는 등 10만명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8만9천명으로 급감한 뒤 8월 4만6천명, 9월 4만5천명으로 꺾였고 이후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기업 취업자 증가세 둔화는 산업 구조조정과 경기 불황이 겹친 탓이다.



국내 대기업의 주력 산업 중 조선업, 해운업 등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상황이다.



최근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때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이후 1∼2년간 교육하는데들어가는 비용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투자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채용을 줄이거나 청년 신입 직원을 대규모로 뽑는 대신 당장 생산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일부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10개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8.6%가 올해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자사의 신규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대기업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도 덩달아 늘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 복지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인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의 '기업규모 및 원하청에 따른 노동 일터의 격차와 불평등'보고서를 보면 성, 연령, 근속연수 등이 같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기업 종사자는 1∼4인 사업체 근로자보다 43% 정도의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에 모두 가입된 근로자 비율도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95.0%에 달하지만 1∼9인 사업체는 40.8%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대기업 일자리 증가세 둔화는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와 함께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로 연결돼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망산업 위주로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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