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금융시장 빅뱅 일으킬까(종합)

입력 2016-12-14 16:45
기존 은행 모바일 채널 확대 등 출시 전부터 메기 효과 톡톡인터넷 은행만의 차별화 의문…늦어지는 은행법 개정도 전망 어둡게 해



금융위원회가 14일 K뱅크에 은행업 본인가를 내주며 24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24년 만에 새로 생긴 은행이라는 점을 넘어 100% 온라인으로 업무를 본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키며 영업 환경 변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의 변신에 대응해 얼마나 새로운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아직도 개정되지 않은 은행법에 묶이면서 당장 증자가 어려워 반쪽 출범이라는 지적도 있다.



◇ 1호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 진짜 모바일 은행으로 차별화 시도 이르면 내년 1월 말∼2월 초 출범을 앞둔 K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K뱅크가 내세우는 이 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주주 회사 KT[030200]의 IT 기술이다.



K뱅크는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 뱅크와 비교해 훨씬 편리하게 접근해 10분 안에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24시간 365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통신요금 납부 기록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교한 신용평가로 보증보험 없이 중금리 대출을 할 계획이다.



이 경우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이자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K뱅크는 보고 있다.



K뱅크는 전체 여신사업의 30~40%를 중금리 대출로 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단순히 현금 이자뿐 아니라 음원 등 스마트폰에서 이용 수요가 높은 디지털 콘텐츠를 이자 형태로 제공하는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K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수신금리와 최저 수준 대출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창구가 없다는 약점도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 1만여 개 GS25편의점을 통해극복할 계획이다. GS리테일[007070]은 K뱅크의 주주사다.



또 24시간 365일 상담할 수 있는 금융센터도 가동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카드 망 대신 은행 망을 이용하는 직불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0%대의 수수료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모바일 기반의 주택담보대출이나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한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 해외 통신사 제휴를 통한 전화번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 등도 출시할 방침이다.



다만 당분간은 개인 금융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비대면 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기업금융은 당분간 시작하지 않을 계획이다.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영업 첫 해 여신 목표는 4천억원"이라며 "4년 안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 은행 온라인 경쟁 치열…출범 전부터 메기 효과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출범시킨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산업에 비해 보수적이며 변화에 더딘 은행 산업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기존 은행과 전혀 다른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면 은행들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런 정부의 기대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출범을 하기도 전에 기존 은행들의 변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은행들도 이미 위비뱅크(우리은행)나 써니뱅크(신한은행) 등 모바일 뱅크서비스를 시작했고, 간편 송금이나 환전, 중금리 소액대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또 은행과 카드, 보험 등 계열사들과 통합 플랫폼 및 현금화도 가능한 통합 포인트 제도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으며, 이종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각종 부가서비스를 이자와 함께 제공하는 상품도 내놨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기면 새로 내놓을 것으로 봤던 서비스들을 은행 등 기존금융회사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K뱅크가 소개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기존 은행들이 이미 시작한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할 것 같은 서비스를 은행들이 1년 만에 대부분 완성해 시작하고 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현재 은행들과 비교해 얼마나 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 은행법 개정 안 돼 반쪽 출범 불가피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대비해 다양한 시도로 변화하고 있지만정작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아 기존의 낡은 제도에 묶여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은행법에서는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까지만보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K뱅크나 카카오[035720] 뱅크의 최대 주주는 KT나 카카오가 아닌 우리은행[000030](10%·의결권 기준)과 한국투자금융지주(58%)다.



K뱅크는 2∼3년 안에 2천억∼3천억원 수준의 증자를 계획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증자가 어렵다.



그동안 야당의 반대로 은행법 개정이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됐지만 그나마 최근에는 야당에서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 방안이 나와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특례법에서는 산업자본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지분을 34%까지 허용하고, 대신 5년 마다 재심사받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등 정국이 어수선해 얼마나 빨리 법안이 논의되고 처리될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최근에는 KT가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최순실의 측근으로알려진 차은택씨의 영향이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와 논의는 더 어려운 상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법적 뒷받침이 하루라도 빨리 정비되는 것이 인터넷 전문은행 성공의 핵심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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